아버지 4. 대장부(大丈夫) 아버지

'괜찮다'라는 대장부의 말 한마디

by 단비

일본어로 ‘괜찮다.’를 ‘다이죠부데스’라고 발음하는데, 이것을 문자로 옮기면 ‘大丈夫です’이다. 우리식으로는 ‘대장부(大丈夫)이다.’라는 말이 된다. 실제 일본의 사고방식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대장부’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일본어를 배운 적이 없는 나는 이 단어를 접했을 때 ‘그래. 괜찮다는 말은 대장부가 하는 말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주 아버지에 대한 글을 세 편 연속 브런치에 발행하고 나서 내심 걱정이 깊었다. 아버지 개인의 고유한 영역을 허락도 없이 글의 소재로 삼았고, 들추고 싶지 않은 성정을 딸의 일방적인 시각에서 그려내어 글로 꺼내 놓았다. 그것은 충분히 기분 상하고 섭섭하게 느껴질 만한 내용이었다.


그걸 알면서도 굳이 글로 쓴 이유는 아버지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어서이다. 아버지는 이미 다 산 분이 아니라 앞으로 더 살 분이라는 것, 그리고 앞으로 살 날은 살아온 날보다 더 소중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되셔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날들을 우리 삼 남매가 옆에서 응원하고 지지할 거라는 말을 꼭 해드리고 싶었다.


이런 말을 아버지 앞에서 해드리면 되지 않냐 싶겠지만, 이미 여러 번 말씀드렸다. 그런데 내 눈에는 아주 선명하게 보인다. 내 말소리가 아버지의 한쪽 귀로 들어가서 다른 쪽 귀로 흘러나오는 모습이. 아버지는 본인 듣기 싫은 말은 절대 못 들으신다. 계속 딴 말로 화제를 돌리면서 이런 말은 들은 척도 안 하신다.


그래도 아버지가 기분 상하셨으면 어떡하나 싶어서 엄마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엄마 말씀으론 아버지도 모든 글을 다 읽으셨고, “글 잘 썼네.”라고 하셨단다. 그러곤 잠시 후에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다. “고쳐야 하는 거면 고쳐야지. 괜찮아.”라고 하시며 엄마가 점심에 국수 삶아준다고 기분 좋아하셨다. 역시 아버지는 대장부(大丈夫) 셨다.


쉽게 괜찮다 하시는 거 봐서는 아마 안 고쳐지실 양상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가진 특유의 낙천성은 따라갈 사람이 없다. 사실 나에게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낙천성이 살짝씩 엿보일 때가 있다. 근간에 매우 힘든 일을 겪으면서도 그 유전자 덕분인지 긴 고통의 시간을 나름 잘 버티고 있다.


고통의 시간을 버티는 방편으로 글을 쓰고 있음을 아버지도 잘 알고 있는 터라, 딸이 생각을 정리하며 마음을 다잡는다면 뭐라도 다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건지도 모른다. 아, 아버지가 전화 말미에 당부하신 말이 있다. “나만 성격에 흠이 있는 게 아니니까 다른 식구들 것도 다 골고루 써줘.”라고. 역시 아버지는 다른 식구들의 예민함을 모르신다. 아버지 말고는 다들 한 까칠, 한 예민하셔서 그건 불가능하다는 걸.


“아버지, 저의 글에 출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의 시선이 현재의 행복에 머물고, 아버지의 언어가 청아하게 맑고, 아버지의 미래가 위대하게 빛나기를 기원하고 응원합니다.”


국수와 막걸리.png Ai로 생성한 이미지


작가의 이전글'영웅적 위대함'보다 센 '인간적 솔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