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 - 노래하는 오빠, 육아하는 아빠
Episode #1 : 노래하는 오빠, 육아하는 아빠
육아는 누구에게나 고되다.
모성애 가득한 엄마, 아이에 무관심한 아빠, 황혼육아에 허리 펼 날 없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도 육아의 24시간은 인내와 고난의 연속이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이 저 멀리 아프리카 속담에도 있는 걸 보면, 육아는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블록버스터급 프로젝트임이 분명해 보인다.
나의 직업은 뮤지션이다.
노래하고 곡을 쓰고 글을 쓰는 일이 일상인 내 삶의 패턴은 딸 아이가 태어난 후 부터 전혀 새로운 장르를 연주 해야만 했다.
나는 닥치는 대로 일했다.
옷을 만드는 일에서부터 인테리어 공사, 카페 매니져, 소믈리에 그리고 요리까지. 주말이면 홍대와 지방을 오가며 밴드 보컬로 무대에 섰고, 봉투 두둑이 챙겨준다는 지인의 말이면 새벽 버스로 지방에 내려가 축가를 부르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좋은 아빠도 되고 싶었다.
밤을 꼬박 새고 들어온 날에도, 이석증과 고열에 신음하던 순간에도 난 늘 아이와 함께하려 노력했다. 지금 돌아보면 일종의 사명감 같은게 아니었나 싶다. 부모로서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
그러던 어느 날, 결국 내 몸에 적신호가 커졌다. 앞만 보며 달린지 정확히 2년이 조금 넘었던 때였다. 아내는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나는 노래하는 ‘오빠‘에서 육아하는 ‘아빠’라는 새로운 이름표를 달았다.
그리 화목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란 탓에 나는 늘 행복한 가정을 꿈꿨다. 그 중에서도 우리 세대 부모들이 각박한 환경속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소홀할 수 밖에 없었던 아이와의 유대관계를 누구보다 돈독하게 만들고 싶었고, 그럴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고단한 직장인의 삶 속에서 아내의 부재는 점점 커져만 갔고, 엄마의 손길에 길들여진 아이는 투박하기만한 아빠의 방식에 조금씩 지쳐갔다. 삐걱거리며 위태롭기만 하던 나날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아이는 자라고, 어느 덧 세 살이 되었다.
이제는 제법 평범하고 익숙한 일상을 사는 것 같다. 아내와의 투탁거림도 조금은 잠잠해지고, 딸 아이는 오늘도 내 얼굴에 축축한 뽀뽀세례를 한 가득 선물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제 막 6개월차에 접어든 내 새로운 직장도 어리바리 인턴 딱지 정도는 간신히 떼어내고 있는 듯 하다.
이 시간의 끝은 어디일까.
어느 날, 훌쩍 커버린 딸 아이가 내 볼에 입 맞추기를 멈추는 그 때가 될까, 아니면 나의 노래가 어느 무명 뮤지션의 곡처럼 역주행에 성공하는 그 날이 될까. 시작을 정하지 못했 듯 그 끝도 알 수 없기에 난 지금의 이 특별한 순간들을 하나하나 기록하고 저장하려 한다. 아직은 어색하기만한 ‘육아대디‘라는 말 대신 진짜 아빠가 되어가는 내 모습을 말이다.
# 싱어송라이터 조제의 띵곡
바닐라 어쿠스틱(Vanilla Acoustic) – 위로의 여신 (2012, 반지하 로맨스)
육아를 전담하며 느꼈던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외로움이었어요. 어디에도 하소연 할 수 없는 많은 어려움을 혼자 감당해내야 하는 일은 정말 두렵고 벅찬 일이었습니다. 제 아내도 저와 같았겠죠? 미안함과 후회가 앞섭니다. 그래서 골라 본 노래에요. 누군가 저에게 들려주었으면 하는 이야기 같답니다. 여러분에게도 작은 위로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