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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글을 쓰는가

내가 30대가 되면서 글을 쓰는 이유

by 제이슨



넌 왜 글을 써?



최근에 누군가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


그런데 쉽게 답을 하지 못했다.


계속하던 거라?

나중엔 뭔가 될 수도 있으니?


뭔가 뚜렷하고 명확한 답이 안 나왔다.




그래서 내가 처음 글을 썼을 때를 생각해 보니


그땐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정리하고 싶었다.


그냥 글을 쓰면 뭔가 좀 나아질 것 같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좀 달라졌던 거 같다.


글은 단순하게 나를 정리하는 게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살아 있게 만드는 일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무너진다.


‘난 무너질 거야’하고 무너지는 사람은 없다.


나도 그랬다.


잘하는 줄 알았고, 잘 버텨온 줄 알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지는 순간이 왔다.





바로 아는 형에게 금전적인 사기를 당한 거다.


그때 나는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다.


돈에 관련해서는 누가 조언을 해주면


내가 거의 무슨 척척박사라도 된 마냥


‘난 그럴 일 없어’ 항상 호언장담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다 보니 글을 썼다.


말로는 끝내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글이라도 쓰면 좀 나아질까 싶어서..




글을 쓸 때는 신기하게도 감정이 정리됐다.


내 안에 가득 차 있던 슬픔과 분노, 상처가


조금은 정리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나는 나를 살리기 위해 글을 썼다.


내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왕이면 그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 또한 좋은 일이니까.





이제 글쓰기는 나에게 ‘기록’이 아니라 ‘증거’다.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


다시 일어났다는 증거,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




누군가는 글로 돈을 벌고,


누군가는 글로 이름을 남기지만


나는 글로 내 마음을 되살린다.




“요즘 잘 지내고 있어, 제이슨?”


“오늘 가장 후회되는 일은 뭐야?”


“너가 꼭 이루어야 할 한 가지는 뭐야?”


“넌 그 꿈을 위해 지금 뭘 하고 있어?”


이렇게 꼬리 물기로 질문이 계속 이어진다.




그 질문의 답을 써 내려가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고 감정도 괜찮아지고


나라는 사람에 대한 자기 객관화도 된다.


그래서 나에게 글을 쓴다는 건


결국 내 안에 있는 수많은 감정을 언어로 정리해


다시 나답게 한 걸음씩 걷는 일이다.






+ 제이슨 @


나는 여전히 완벽한 글을 쓰지 못한다.


유명한 작가님들처럼 이쁜 글도 못 쓴다.


하지만 난 이대로도 괜찮다.


글이 완벽하지 않아도 글 쓸 때만큼은


정말 내 생각에 몰입했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멈췄던 블로그에 다시 글을 쓴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 나로 돌아오기 위해서.




자신의 기억과

경험의 문을 열고 들어가,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얻는 것이 글쓰기다.

- 마이클 레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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