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은 무지로부터 온다
나는 지금 뉴욕에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뉴욕에 살고 있다.
두 달 전 나는 뉴욕살이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이 가득했고, 더불어 아주 약간의 기대감도 있었다.
출국을 앞두고 우리 엄마는 나에게 걱정을 늘어놓았다.
"너 혼자 가는거였으면 안 보냈을 수도 있어. 위험하니까 너 혼자서는 돌아다니지말구~ "
내가 열 네살 어린애라면 당연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보다 스무살은 더 많은 서른 네살 어른이다.
" 엥 엄마!! 누구랑 같이 있을 때만 나가라는 말이야?? 거기도 다 사람 사는데야 ! 나도 당연히 혼자서 돌아다니고 해야지 .... "
"아니, 그러니까 엄마는 그냥 어두울 때 조심해서 다니라는 말이지 ~~ "
이 대화는 금방 일단락됐지만. 엄마의 걱정은 사실 내 맘에 조금 오래 남아있었다.
왜냐면 나는 자타공인 겁이 많고 쫄보인데다, 사실 그 당시 나는 뉴욕이 많이 무섭고 겁났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혼자 잘 다닐 수 있을까 걱정됐는데, 이런 말 까지 들었으니 실체없는 불안이 더해졌다.
동시에 내가 아직 엄마 눈엔 그저 애인걸까 . 아니면 그냥 엄마도 잘 모르는 곳이라 걱정이 앞서는건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쫄보답게, 나는 뉴욕에 오고 처음 열흘정도 잔뜩 긴장해있었다.
지하철을 탈 때에도, 아니 그냥 집 앞 길거리를 걸어다닐 때에도! ㅋㅋ
길 찾는 것도 온통 미션처럼 느껴졌다. 잠깐만 외출해도 집에 돌아오면 쉽게 지쳤다.
어쩌면 한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하나씩 천천히 배우고 경험했던 것들이려나.
너무나도 익숙하고 당연했던 일상이 낯선 곳에 오니 전부 새로웠다.
마치 아기가 새로 걸음마를 배울 때 처럼, 하나씩 직접 경험하고, 느끼고 깨닫는 수밖에 없었다.
뉴욕에 온지, 아니 뉴욕에 산지 이제 한달 남짓이다.
지난 주엔 처음으로 혼자 지하철을 탔다. 심지어 저녁 8시도 훌쩍 넘은 시간에 ! (누군가에겐 너무 쉬운 일이겠지만, 나에겐 이것도 큰 도전이었다 ㅋㅋㅋ)
나는 더이상 지하철을 탈 때 가방을 꼭 붙잡고있지도, 어깨가 잔뜩 움츠러들어있지도 않는다.
그저 주변 사람들처럼 자연스러워지는 법을 배우고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몇달 전 내가 뉴욕에 사는 게 무서웠던 가장 큰 이유는 그저 '몰라서'가 제일 크다.
어쩌면 무지에서 오는 두려움과 불안이었다.
뉴욕이 아니라 그저 새까맣고 커다란 구멍으로 떨어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비행기가 내리는 곳은 내가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었다.
만약 여행이라면, 이러한 미지의 세계가 흥분될 수도 있겠지만 ㅎ 거기에 정착해서 삶을 꾸려야한다고 생각하니 나의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뉴욕에 두발을 딛어보니, 고민하기보다는 그저 새로운걸 경험하고, 느끼고 깨닫기 바쁘다.
우리 동네엔 커다란 나무와 햇살이 가득하다.
길 건너에는 맛있는 커피를 파는 카페도 있다.
사람들은 그저 각자의 일상을 사느라 바쁘다.
위험해보이는 상황이 보이면 가까이 가지 않고 조금 멀리 떨어지 있으면된다.
내가 직접 걸어다니며 그 안에 사람들을 만나고 나서야 .. 나는 이 곳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스스로 느끼고 깨달은 생각들이 있어서인지 더는 일상이 그리 무섭지않다.
미지의 세계를 겁내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세계에 한 걸음 내딛어, 부딪치고 경험해보는 것뿐이라는 이 아이러니한 결론이 참 재밌다.
어쩌면 첫 한 걸음이 제일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뉴욕은 더이상 낯선 미지의 도시가 아니다. 나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있는 이곳, 앞으로의 생활이 조금 더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