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 말고 미라클 나잇!

나만의 시간에서 행복찾기

by 유선


대게 성공한 사람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는 말이 있다. 나도 일찍 일어나 하루를 알차게 시작해보려 노력했던 날들이 있다. 아침 6시, 알람소리를 듣고 깬다. 일어나자마자 이불정리를 한다.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 향긋한 차 한 잔을 우려낸다. 거실 소파에 기대어 앉아 차를 마신다. 따뜻한 차의 기운이 온몸으로 퍼지자 노곤해진다. 잠이 깨야하는데 반대로 눈꺼풀이 무겁다. 그렇게 나는 거실 소파에서 다시 잠이 들었다. 미라클 모닝은 무슨, 꿀잠 모닝이다.

나는 결혼을 해서 남편과 같이 살고 있다. 동거인이 생긴다는 건 생활패턴을 맞춰야한다는 뜻이었다. 나는 평소 아침 10시쯤 일어났다. 반면 남편의 휴대폰알람은 아침 6시부터 울렸다. 밤에 잠드는 시간도 달랐다. 나는 새벽 두시까지 쌩쌩한 반면 남편은 밤 열한시면 곯아떨어졌다. 남편은 나에게 늦게 일어나는 건 다 밤에 늦게 자서 그런 거라고, 일찍 좀 자라고 했다. 말에 가시가 느껴졌다. 나 스스로도 가끔은 늦게 일어나는 자신을 게으르다고 탓했는데, 그 화살이 두 개가 된 기분이었다. 어릴 때부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능사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던 탓일까. 기분은 썩 안 좋았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 나는 아침 일찍 출근시간이 정해져있는 남편의 생활패턴에 맞춰 잠들고 일어나야했다.


그런데 얼마 전 남편이 출장을 갔다. 이날 내 할 일은 글쓰기 과제뿐이었다. 아침 일찍 남편을 보내고 나는 다시 늦잠을 잤다. 점심을 챙겨먹고는 책상에 앉았다. 창작노트에 이것저것 끼적이다가 이내 딴 짓을 했다. 좀처럼 쓸 거리가 생각나지 않았다. 노트북을 켜놓고 앉아있어도 시간만 잡아먹을 뿐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내일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종일 놀았다. 밤 12시쯤 됐을까 자려고 누웠는데 이상하게 자꾸 글 생각이 났다. 노트북을 켜고 한글프로그램을 열었다. 글을 썼다.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글이 완성됐을 때 이미 새벽 3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어두운 밤, 침대 옆에는 따뜻한 노란색 조명이 켜 있었고, 고요한 와중에 타자소리만 가득했다.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신은 쌩쌩하고 마음은 뿌듯했다. 맞아, 이거였어. 내가 밤을 좋아하는 이유. 밤은 조용하고 고요하다. 낮 시간의 시끄러운 소음이나 밝은 햇빛이 나를 방해하지 않는다. 세상 모두가 다 잠을 자고 나만 깨어있는 기분이다. 그래서 나는 더 글쓰기에 열중할 수 있었나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다는데, 나는 늘 아침엔 벌레를 못 먹는 새였다. 그래도 나는 다른 새랑 다르게 밤벌레를 잡아먹는 새였다. 어릴 때부터 밤이면 라디오 듣고 책 읽는다고 잠에 들지 않아서 부모님께 혼나기 일쑤였다. 그런데 그 시간동안 나는 꿈을 키웠다. 라디오를 좋아해 방송국에서 일하고 싶었고, 방송작가로 일했었다. 책을 읽으면서 세상을 배웠고 이제는 나도 글을 쓰고 싶다. 그럼 남들 다 하는 미라클 모닝 말고 나만의 미라클 나잇을 해볼까.


밤 12시 집안이 온통 조용해지면 나만의 시간이 시작된다. 밝은 등은 모두 끄고 따뜻한 노란색 간접조명을 켠다. 귀여운 강아지가 그려진 보드라운 연두색 잠옷을 입는다. 책상 앞에 앉아 카페인이 없는 페퍼민트 차를 마신다. 상큼한 허브 향에 정신이 맑아진다. 이리저리 휘갈겨 쓴 창작노트를 살펴보며 노트북을 켠다. 하얀 빈 화면에 까만 글씨를 빼곡하게 채워나간다. 모두 잠든 고요한 밤,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이 시간이 나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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