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독서 목록
1. 『시는 참 이상한 마음』
2. 『클라라와 태양
3. 『슬로우 슬로우』
4. 『고구마와 고마워는 두 글자나 같네』 *재독
5. 『일본에서 국문학을 가르칩니다』
6. 『나나 올리브에게』
목소리가 아주 작아서 오히려 더 다가가 귀 기울이는 마음이라니, 이상하게 참 좋지.
작은 총알이 지나간 자리일 뿐인데도 그 빈 구멍이 치명적인 것처럼 작은 개가 떠나간 자리는 아주 작을 뿐인데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커다란 괴로움이 됩니다. 누군가와 살아간다는 건 그런 뜻인 겁니다. 사람 하나, 강아지 한 마리가 겨우 들어설 자리일 뿐인데 그 작은 자리가 내 삶을 뒤흔들어버릴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거죠. 그 아이러니는 우리에게 삶이 무엇인지 설명해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 내 옆 한 자리를 내어주는 일, 어쩌면 그게 우리의 삶이라고도 할 수 있을 거예요. (p. 279)
개인의 독자성은 그의 내면이 아니라 시시각각 다른 빛으로 그를 비추는 외부와의 관계 속에 존재한다.
“카팔디 씨는 조시 안에 제가 계속 이어 갈 수 없는 특별한 건 없다고 생각했어요. 어머니에게 계속 찾고 찾아봤지만 그런 것은 없더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저는 카팔디 씨가 잘못된 곳을 찾았다고 생각해요. 아주 특별한 무언가가 분명히 있지만 조시 안에 있는 게 아니었어요. 조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안에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카팔디 씨가 틀렸고 제가 성공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결정한 대로 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p. 442쪽)
여상한 일상과 악몽 같은 현실의 한복판에서 터트리지 못한 울음 머금고 헤매는 사람에게.
아직도 여기가 익숙치 않아서
잠에서 깨어나면
나는 울음을 터트리기 직전의 기분
(「낮잠」 부분)
지나가는 눈이 흘리는 작은 소리 알아챌 수 있나요, 낮은 볼륨 그대로 종이에 누인 마음 고마움.
가장 낮은 볼륨 크기가
빗소리의 경험을 연다
(「줄감개」 부분)
그때 어디에 누구와 어떻게 있었는가에 따라 누구나 어디서든 이방인이 될 수 있음을.
스즈키 히로코는 글자 배우기 교실에 참가했던 첫날 만난 재일 여성들이 쓰는 일본어에 충격을 받았다. ‘상냥한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게 입에서 나오는 말은 강한 명령조였기 때문이다. 당황한 스즈키는 이윽고 그녀들이 만나온 일본인 대부분이 언제나 무언가 ‘~하라’는 명령조로 말해왔음에 생각이 미쳤다. “재일 여성들이 사용하는 언어 속에서 일본 사회가 그녀들에게 가했던 위계와 차별이 또렷이 드러났고, 나는 강한 충격을 받았다.” (p. 143)
인도하는 개가 있고, 굽어보는 나무가 있고, 구멍으로 볕뉘가 드는 집에 깃든 애환의 계보.
엉망인 사람도 살 수 있나? 망가진 인생도 살아도 되나? 수도 없이 생각해 왔어. 더 이상 어떻게 해 볼 수 없게 실패해 버린 내 인생을. 그런데 당신의 편지를 읽고 보니, 알겠어. 어떻게든 살아 내면 무언가가 남아. 아무것도 남길 게 없는 내 인생에조차 이 편지가 남았잖아. (p. 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