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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란 Sep 30. 2015

울지 마

네가 울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내 처지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일이 구차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당연한 일을 사리에 맞게 실행하면서도 내가 약자처럼 느껴지거나 내 잘못이 아닌 일로 눈물이 날 때면 스스로가 비참하고 초라하다. 사회생활이 다 이렇지, 어디 나만 그렇겠는가 싶다가도 울컥 화가 난다.


그렇게 이부자리에 누운 날이면 잠이 오지 않는 눈을 깜박이며 생각한다. 


사회생활이란 게 도대체 뭐길래.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긍정적으로 웃어 넘기고, 튀지 않도록 희망을 부정하고, 남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내 마음에서 눈을 돌리고… 그런 일이 사회생활을 하는 요령이라면 저항하고 싶다, 소신껏 살아야지 새삼 다짐한다. 그러나 다짐을 하면서도 결국 마음먹은 대로 풀리지 않을 날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예감한다. 나는 다시 괴롭고, 억울하다.


무슨 생각을 해도 시름이 잦아들지 않는 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브로콜리 너마저 2집 <졸업>에 수록된 울지 마를 듣는다. 노래를 듣는다고 당장 현실이 나아질 리야 없겠지만 적어도 내 귀를, 내 아픔을 보듬어줄 수는 있으니까. 최소한 이 밤, 공연히 외롭지는 않을 테니까. 


나는 앞으로도 많이 울 것이다. 애먼 일로 가슴을 치며, 하소연마저 구차하게 느끼며 아쉬운 소리 하듯 더듬더듬 눈물을 쏟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견뎌내겠지. 지금이 최악이라고 여기던 시기를 여러 차례 지나온 것처럼. 울지 말라는 목소리를 들으며 더 울고, 삶에 미련이 들게 하는 눈부신 글들을 읽으면서 망하거나 죽지 않으려 애쓸 것이다.


언젠가는 사회생활이라는 말이 부조리의 대명사가 아닌 이해와 공감의 대명사로 쓰이는 날이 올까. 그런 날이 오도록 힘을 보태는 방향으로 살아가고 싶은데 나, 잘 살고 있나. 고민하며 오늘도 울지 마를 듣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nmLgECG7dAY 

            

울지 마

네가 울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작은 위로의 말이라도 

해주고 싶지만
세상이 

원래 그런 거라는 말은 할 수가 없고

아니라고 하면 

왜 거짓말 같지

울지 마

네가 울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어
뭐라도 힘이 될 수 있게 

말해주고 싶은데
모두 다 

잘 될 거라는 말을 한다고 해도
그건 말일 뿐이지 

그렇지 않니

울지 마

왜 잘못하지도 않은 일들에 

가슴 아파하는지
그 눈물을 참아내는 건 

너의 몫이 아닌데
왜 네가 하지도 않은 일들에 

사과해야 하는지

약한 사람은 왜 더

모두 다 

잘 될 거라는 말을 한다고 해도
그건 말일 뿐이지 

그렇지 않니

울지 마

왜 잘못하지도 않은 일들에 

가슴 아파하는지
그 눈물을 참아내는 건 

너의 몫이 아닌데
왜 네가 하지도 않은 일들에 

사과해야 하는지

약한 사람은 왜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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