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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oamI Mar 10. 2022

안 먹는 아기, 안 키워봤으면 말을 마세요!

02-부족한 300g

한 달 동안 모유수유를 참으로 열심히 했다.

그때를 떠올리면 분유를 먹이는 건 하늘이 무너지는 거 같은 일이었다.


모유도 콸콸콸(?) 나오고 애기도 오물오물 먹고 모든 게 완벽해 보였다.

낮잠도 잘 자고 젖을 물리고 놀다가 또 잠들고, 비록 새벽에 수시로 깨야 했지만

울다가도 내 젖만 물면 평온해지고 울음이 그치는 내 딸을 보며 흐뭇했다.


그리고 대망의 한 달째 검진 날!


애를 낳고 부랴부랴 친정 근처로 이사를 한 지라 낯선 소아과에 들어섰다.

남편과 나는 팔뚝만 한 조그마한 딸을 들고 아파트 상가에 있는 병원에 가는 거 조차 떨렸다.

꽁꽁 잘 싸맨 딸을 병원에 가서 간단하게 검진을 받는데, 몸무게가 안 늘었다고 한마디 하셨다.


"엄마, 애기 모유 먹여요?"

( 아기를 낳고 나니, 병원 가면 나를 다 엄마라고 칭한다 )

"네!"

"양쪽 다 물려요?"

"네!, 근데 뭐 먹다가 잠들면 한쪽만 먹기도 해요"

"몸무게가 너무 안 늘었는데, 열심히 먹여요 알았죠?"


그때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태어나서 부터 6-700g이 늘었던 듯하다.

남편과 나는 우와! 벌써 이만큼이나 살이 쪘어! 하며 신기해했는데

병원에서는 한 달이면 1kg는 쪄야 한단다.


첫 스타트의 700g... 그러니깐 평균적으로 봤을 때 남들보다 300g이 덜 찐 건데..

왜 이렇게 유난인가 갸우뚱했다.


이 300g이 아직도 날 힘들게 할 줄 모르고 마냥 해맑게

"네~ 알겠습니다!" 하며 뒤돌아왔다.


그리고, 또 얼마 뒤 또 병원 갈 일이 생겨서 이번에는 좀 더 큰 병원으로 향했다.

역시나... 의사 선생님께 또 같은 말을 들었다.


애기가 너무 작다. 살이  안 쪘다.

모유 먹이냐? 모유 잘 나오냐? 양쪽 다 충분히 먹이냐?


그때부터 난 무섭고 두렵기 시작했다.

아니... 내가 봤을 땐 애가 충분히 먹고 잘 자고 배고프다고 울지도 않고 평온한데

뭐가 잘못된 거지??


옹알이도 못하는 아기를 보니 내 속만 타들어간다.


모든 게 다 내 탓인 거 같다.


내가 괜히 모유를 고집했나?

내 모유는 성분이 안 좋은가?

임신했을 때, 살 많이 찌기 싫다고 많이 안 먹었던 탓인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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