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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oamI Sep 16. 2019

6. 내 자식이 동성애라면?

예비부모의 토론

어느 날 평소와 같이 회사 점심시간에 회사 동료들과 모여 앉아 도란도란 수다를 떨고 있었다. 요새 각자 보고 있는 유튜브 채널을 이야기하다 자연스레 '동성애' 이야기가 나왔고, 그다음으로 '내 자식이 동성애라면 어떻게 할 거야?'라는 말들이 오갔다.

이 자리에는 나처럼 신혼부부, 아직 미혼 남녀, 그리고 이미 자식까지 낳은 동료 등 다양하게 있었다.


 '내 자식이 동성애라면 어떻게 할 거야?'라는 질문의 대답은 나에게는 당황스러웠다.

 분명 좀 전까지 '그래 요새는 이런 다양한 사람들을 존중해야 한다.', '100% 이해는 못하지만 주위에 생각보다 쉽게 마주칠 수 있고, 같이 지내다 보니 뭐 다를 바 없는 사람이더라', '내 친구 중에도 커밍아웃했어!'라는 둥 이런 이야기가 오갔다. 하지만 본인 자식 문제에서는 아니었다.



"내 자식이? 그럴 리가 없어! 절대로!"-아니, 이미 있지도 않은 자식이... 어떻게 자랄지 누가 아는가... 호언장담을 하다니.

"지금 내 아들이? 만약에 그러면 정신 차리도록 두들겨 팰 거야" - 부모가 싫다고 해서, 두들겨 팬다고 훈육한다고 해서 바뀔 수 있는 문제인가?

"에이~ 설마 그러겠어?" -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이건 충분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생각해야 할 문제 아닌가?


같은 나이 때의 동료들의 이런 반응에 당황스러웠다. 그 자리에서 나만 의견이 달랐다. 마치 그 상황에서는 내가 이해 안 되는 사람이었다.


나의 생각은 "내가 만약 자식이 있다면, 아마 어느 부모처럼 평범하고 무난하게 살기 바라겠지. 하지만 이건 고칠 수 있는 게 아니고 본능이니깐. 나도 처음에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충분히 서로 받아들이는 시간을 가질 거야. 그리고 열심히 돈 벌어서 외국으로 유학을 보내던 외국생활을 하게 만들 거야" 아마 이런 생각은 내가 8년 전 외국생활 때문일지도 모른다.


8년 전 어학연수를 가서 본 외국인들의 생활은 나에게 문화충격이었다. 그중에서 8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동성애'라는 건 입 밖에도 꺼내는 게 수치스러운 것이며, 병자 취급을 받았다면 그곳은 달랐다. 숨길 필요가 없다. 당당할 필요도 없다. 그저 똑같은 인간이다. 다들 그러하듯 연애를 하고 가정을 꾸리고, 입양해서 자식도 생긴다. 굉장히 신기했다.


외국인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넌 남자 친구 있어? 아니면 여자 친구?"라는 질문도 받게 되고, 밥 먹다가 꽤 친해온 남자 친구가 "넌 왜 남자 친구 없어? 난 남자 친구 있는데 굉장히 좋은 남자 친구야" 하며 사진으로 여느 커플들이 찍는 다정한 샷을 보여주기도 한다. 처음에 나도 이런 말에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고민되었지만, 다른 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다. 그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런 생활을 보고서 나는 결심이 섰던 것 같다. 만약에 추후에 내가 자식을 낳아서 '동성애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받아들이는 시간을 갖고 외국에서 편견 속에 살지 않고, 병자 취급 안 받고, 그저 남들처럼 연애하고 헤어지고 이런 연애사를 친구들에게 털어놀수 있는 곳으로 보내야겠다고.


이 날 집에 들어와서, 남편과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요새 우리 부부의 관심사 중 하나는 '2세 문제'이다.

언제쯤 2세가 생기면 좋을까부터, 우리가 잘할 수 있을까? TV 속에서나 공공장소에서 떼쓰는 애기들을 보면서도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애기가 생기기 전 충분한 서로의 생각과 입장을 이야기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기에 많은 대화를 나눈다.


처음 나의 질문에 남편은 당황하였다. "우리 자식이? 와... 어떻게 하지?.. 너무 슬플 거 같아 처음에는.. 그런데.. 하아..." 하며 말을 잇지 못하였다. 그리고 나의 생각을 말해주었다. "그래.. 그게 뭐 혼낸다고 가르친다고 되는 건 아니니깐.. 맞아 너 말이 맞는데.. 후..." 꽤나 당황하였다.


그리고 일주일 뒤쯤 남편이 조심스럽게 말하였다. "그날 너의 질문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봤어. 난 단 한 번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어.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너의 말이 최선인 거 같아. 하지만 내가 그 상황이면 처음부터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지는 못 할거 같아. 우리 좋은 부보가 될 수 있겠지?" 이 날 남편의 대답은 고마웠다.

난 당연히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일주일 동안이나 고민을 해봤다는 것도 고마웠고, 내가 염려하던 반응이 아니어서 더 고마웠다.


이런 상황까지 미리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내가 이상한 걸까?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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