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병 해결책은 칼퇴
“회사 때려치우고 사업할까? 아니 사업자들은 다들 세금도 떼먹고 식당 봐봐 현금받으면 세금 안내잖아! 직장인만 젤 불쌍해!”이 말은 달고 살았다. 회사를 다닐수록 분기별 인상되는 연금, 보험금을 보면 한 숨만 나온다. 월급이 오르면 어떻게 알고 그만큼 떼 간다. 회사에 익숙해지다 보면 동료들과 이런 대화를 쉽게 하곤 한다.
나는 특히나 더 심한 케이스였다. 평범한 월급을 받고 나의 업무시간은 살인 적이었다. 저녁 9시 퇴근이면 빠른 퇴근이었다. 12시 퇴근은 매우 잦은 일이었고, 주말출근 또한 1달에 1번쯤은 기본이었다. 이렇다고 나에게 돌아오는 추가 수당 같은 건 없었다. 일이 폭포수처럼 끊임없이 쏟아지는 ' 회사가 힘들다'라는 회사의 입장은 회사가 바뀌어도 반복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조그만 가게에서 아메리카노만 팔아도 월급보다 더 벌 것 같다. 인터넷으로 도매상에게 귀걸이를 떼다가 팔아도 월급보다 수입이 좋을 것 같다. 지금 내 눈앞엔 무엇을 해도 나의 이 조그마한 월급이 세상에서 젤 작아 보인다.
주위에 취미를 살려 어느새 어엿한 사업가가 된 동료들이나 친구들을 보면 더 생각이 많아진다. ‘내 취미가 뭐였더라?’ 흐음.... 아무리 생각해도 친구들과 수다 떨기, 맛집 뿌수러 다니기, 책 보기, 웹툰 보는 거 말고는 없다.
한 때, 취미를 갖기 위해 노력해봤지만 길게 관심을 끄는 건 없었다. 아직은 없는 거라고 믿고 싶다. 취미를 갖기에 소파에 누워서 TV 보는 게 너무 좋다.
이런 말을 하며 정작 사업 한번 못해보고, 경력은 계속 쌓였고 드디어 야근 없는 칼퇴 보장에 주말출근 없는 회사를 구했다. 솔직히 이제는 월급 어차피 중소기업 얼마 주지도 않는 거 쥐꼬리만큼 인상해줄 바에 칼퇴 보장이 나에게 더 큰 의미였다.
면접 당시 “저희 회사는 큰 일 생기지 않는 이상 대부분 칼퇴합니다”라는 말을 듣고, 믿지 않았다.
'치... 뭐 그래 봐야 일주일 한번 야근이란 건가? 뭐.. 한 번이면 무난한가?' 반신반의하며 회사를 선택했다. 그런데 이 곳은 달랐다. 6시 땡! 울리면 하나 둘 나가고, 30분 이 지나면 몇 안 남아있다. 종종 10분 뒤 퇴근하면 회사문을 잠그고 퇴근해야 했다. 칼퇴를 한다는 게 이렇게 행복한지 몰랐다.
날이 밝을 때 나와서 집에 와서 맛있는 저녁밥을 짓고 있으면 남편이 오고 같이 밥 먹고, 치우고 나면 운동도 할 수 있고 아니면 영화도 보러 갈 수 있다.
어느 날, 너무 억울했다.
그동안 내가 살아온 회사생활이 너무 억울했다. 억울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웹 디자이너라면 당연히 야근에 주말출근이 생활이라고 살아왔는데, 이렇게 일하면 회사 사정이 더 나아지는 건가.. 그럼 내 월급도 더 오르려나? 이런 생각으로 버텼는데, 다른 사람들은 칼퇴하면서 돈도 더 받고 살고 있었다.
칼퇴의 생활로 삶의 질이 달라지니 자연스레 “회사 때려치우고 사업할까?” 이 말이 안 나온다. 마음속 깊이 파묻히고 있다.
한 달에 대략 20일 정도 9am-6pm 워킹아워에만 일하고, 공휴일 보장이라니! 게다가 1년 다니면 쥐꼬리만큼이지만 월급도 오른다! 이게 행복이다.
내 시간을 보장받고 내 일을 할 수 있다는 거, 거기에 일을 인정까지 받으면 금상첨화다.
나는 이제야 회사생활에 정착해 가고 있다. 참으로 오래 걸렸다.
★좋아요/ 댓글/ 구독하기 는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