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님이 도우셨다. 진짜로
나쁘거나 아픈 일이 생길 때마다 얼른 훌훌 털어버리고 싶어 웃어넘길 방법을 고민했다.
그중에 하나는 조상님들이 보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아니, 저기 좀 봐요. 맨땅에 삽질하려는 여자애, 우리 왕손녀 아니야?”
“옛날부터 바보 같은 짓을 하더니, 아직도 저러고 있네.”
“쟨 누구 닮아서 저렇게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거야? 거기 고조할아버지 닮은 거 아녜요?”
“지금 저 애가 상대하는 사람은 보통내기가 아니야. 아주 이기적이고 단물만 쪽쪽 빨아먹은 다음에 뒤통수 칠 생각만 하고 있다고.
그런데 우리 왕손녀는 사람 번지르르한 겉만 보고 또또 마음을 줘버리려고 하네.”
“하. 이번에는 조금만 울게 하고 발 빼게 해 줍시다.”
“그래요. 쟤도 울고 데어봐야 정신을 차리지.”
나는 이불속에서 울고 있었다.
‘사람이란 존재가 저렇게 나쁘고 악할 리 없어.’
‘친절하고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은 모두 가면이었단 말이야?’
‘아니야, 상대방도 사정이 있었을 거야. 그러니까 그렇게 가혹한 말을 했을 거야.’
사람이 주는 상처에 몇 날 며칠을 속 끓이다가, 이내 조금씩 정신이 돌아왔을 때
이젠 시간이 아까워져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할머니와 증조할머니, 고조할머니, 고고 고고 고조할아버지까지 모여 수다 떠는 장면을 떠올렸다.
유치해 보여도 조금은 도움이 된다.
“얘는 여기까지만 울게 해 주고, 얼른 구덩이에서 끄집어 내줍시다.”
“너, 진짜로 조상님이 도왔다는 걸 알아라.”
모든 기쁨과 슬픔은 지나간다. 웃는 얼굴로 돌아볼 여유가 생길 때쯤
좋았든 나빴든 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었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