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나는 남편바보임
어젯밤엔 남편과 한 이불을 덮고 누워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흘렀다. 그러고도 나는 십 분 동안이나 더 울었다. 문득 어떤 생각에 이끌린 탓이었다. ‘나이가 들어 백 년 뒤에 ‘엑!’하게 되면, 남편을 까먹게 되면 어쩌지?’ (평소에도 무병장수와 백년해로를 꿈꾸는 나는, 죽음이란 단어를 발음하기도 싫어해서 ‘엑’으로 대신한다.) 유튜브로 틀어놓은 몽롱한 크리스털 싱잉볼 음악 때문이었을까? 울음을 멈출 수 없었다. 특별한 사건도 없이 우는 나를 보며, 남편은 내 볼에 흐른 눈물을 찍어서 맛보았다. “밍밍하네.” 그러다 이렇게 말했다. “우리 백 년 동안 재밌게 행복하게 살면 돼.”
가끔씩 나는 장난 삼아 남편에게 말한다. “전생에 우리는 전쟁터에서 만난 적국의 적장이었을 거야. 그래도 ‘저 사람 훌륭하다’라면서 서로를 내심 존경하고 있었어. 하지만 전쟁이라 결국은 어쩔 수 없이 싸우다 한 사람이 죽게 됐어. 그때 내가 말했을 거야. ‘우리 다음 생에선 적이 아니라 함께 놀 수 있는 친구로 태어나자.’”
스물일곱 살에 회사에서 처음 본 순간부터, 나는 남편의 모든 게 좋았다. 그의 살과 뼈에서 배어 나오는 따뜻함, 정직함, 무뚝뚝한 태도 아래에 훤히 드러나는 다정함이 좋았다. 그래서 나는 내 인생이 계획대로 풀리지 않았음에 감사하게 됐다. 만약 나의 계획대로 당시에 신문사 기자가 됐더라면, 나는 잡지사에 들어가지 못했을 테고 남편을 만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만큼, 언젠간 내가 마주해야 할 헤어짐에 관한 생각을 종종 한다.
얼마 전엔 파블로 네루다의 『질문의 책』에서 이런 구절을 읽었다.
“왜 우리는 다만 헤어지기 위해 자라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썼을까?”
이 문장이 가슴에 와닿아 사진으로 찍어두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언젠간 나이가 들고 힘이 빠지고 병들고 이 세상과 작별한다. 진시황이 불로장생을 구하고 싶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큼은 아무도 못 막았다. 미래에 내가 할머니가 될 때, 나를 어릴 적부터 봐주고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사라진다면, 나의 삶과 분투들도 꿈처럼 느껴질 것만 같다. 언젠가는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이 손바닥 위의 모래알처럼 스르르 사라지겠지. 하지만 언젠가 사라지기에 내게는 매순간이 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