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어느 날 400억원의 빚을 진 남자>와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 두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어느 날 400억원의 빚을 진 남자>는 가업을 물려받기 싫어 대기업을 택한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어쩔 수 없이 가업을 물려받게 되었는데 물려받고 보니 연매출이 200억인 회사에 대출이 400억이나 됐으며 그 빚을 갚느라 무려 16년 동안 휴가 한 번 못 가고 일만 했다는 내용입니다.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도 가업을 승계한 대표가 망할 위기를 여러 번 넘기며 회사를 성장시켜 지역에서 사랑받는 기업이 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가업 승계라는 공통점 외에 이 두 책의 주인공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더 가지고 있습니다.
이전에 경영이라는 걸 경험해 본 적 없는 생짜배기 두 경영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직원들의 월급을 미루지 않았습니다. 당장 숨을 조여오는 빚 독촉에도, 월급 줄 돈이 없어 돈을 빌려야 할 때도 말이죠. 유자와 쓰요시는 매달 엄청난 규모의 빚을 갚아야 하는데 요식업의 특성상 직원들이 나가버리면 매출이 제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당장 잘라버리고 싶은 직원에게 오히려 사과까지 해가며 퇴사를 만류해야만 했습니다. 성심당의 임영진은 회사가 어렵다고 직원들을 힘들게 해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 때문에 돈을 빌려서라도 월급을 주었습니다. 저도 회사가 망해가는 상황을 경험해봤고 도저히 방법이 없어 직원들의 급여를 밀려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급여를 지급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습니다.
또 다른 공통점은 중도에 포기해버리고 싶은 엄청난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악착같이 버텨서 결국에는 회사를 성공 궤도에 올려놓았다는 것입니다. 각종 악재로 위기에 봉착한 상황에서 결정적으로 회사에 불이 났을 때 성심당의 임영진은 모든 걸 포기해버리고 싶었고, 모든 걸 포기하고 회사를 살리는 일에 올인하고 있는데도 은행과 국세청은 매몰차게 자금을 회수해가고 정작 회사를 살리는 일에 동참해야 할 직원들은 제멋대로일 때 유자와는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직접 겪어본 저로서는 이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를 알기 때문에 이 두 사람의 심정이 그대로 이입되었습니다.
마지막 공통점은 이 죽을 고생을 하면서 이들의 기업가정신이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유자와는 직원들을 원망하고 단지 돈을 벌어주는 도구로 생각하는 시기가 있었지만 결국 동반성장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성심당은 전국 프랜차이즈를 전개해 큰 돈을 벌 기회가 있었지만 가치를 직원들과 지역에 두고 외형 성장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모든 기업가들이 이 세 가지 공통점을 따르고 도전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매출이 없어서 직원들 월급 줄 돈이 없을 때가 허다하고 월급날 돌아오는 게 모든 경영자의 스트레스이긴 하나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것이 가장의 의무이듯 직원들의 월급을 제 때 주는 것은 경영자의 의무입니다. 비록 직원들이 그 고마움을 모르더라도 말이죠.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때가 수없이 많다는 건 대부분의 창업자들이 직접 겪고 있는 현실입니다. 바로 지금 제 주위에도 당장 돈이 없어서 머리를 싸매고 여기저기 돈을 구하러 다니는 경영자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비전이 있고 확신이 있다면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가 존경해 마지않는 세계적인 기업도 위기를 겪지 않은 기업이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기업가정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비전이라는 정신적 가치를 실현하는 현장입니다. 성심당에서도 언급하고 있듯이 이제는 정부도 시민사회단체도 아닌 기업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기업이 창출한 부가가치로 세상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일에 써야 합니다. 모든 경영자가 원석이라면 각자의 기업가정신을 완성해가는 과정이 바로 원석을 보석으로 만드는 과정일 것입니다.
유자와 쓰요시에게 개인적으로 부러웠던 건 감당할 수 없는 해일처럼 덮쳐오는 문제를 전략적이고 분석적으로 해결했다는 것입니다. 빚을 갚는 문제에서도,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에서도, 직원들을 관리하는 문제에서도 그는 체계적으로 전략을 세웠고 그에 따라 실행에 옮겼습니다. 막상 이런 상황을 직접 맞닥뜨리면 제대로 정신을 차리기조차 힘듭니다. 정작 해법은 부정적인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정신을 바짝 차리고 냉정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인데도 말이죠. 유자와는 그 일을 해냈고 그 결과 같은 과정을 겪고 있는 많은 경영자들에게 해법이 되었습니다.
이 두 책이 창업자의 문제를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모든 창업자들이 참고할만한 경영의 지혜를 많이 담고 있습니다. 실제 경영 스토리만큼 좋은 학습 자료도 없기 때문입니다.
16년간 400억원의 빚을 거의 다 갚은 시점에 유자와는 이 책을 썼고 책 말미에 다음과 같이 자신이 걸어온 길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같은 상황에 있는 모든 경영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입니다.
다시 한 번 일어서 보세요.
'도저히 더는 못 하겠어. 이제 끝이야. 죽는 편이 나아.'
이런 생각이 들더라도 딱 한 번만 더 일어서 보세요.
나는 '아침이 오지 않는 밤은 없다'는 말을 굳게 믿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자신의 발로 다시 한 번 일어선다면,
당신 손으로 당신만의 보물을 움켜쥘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의지할 사람도 없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그래도 내 인생을 잃고 싶지 않다고, 그렇게 기도했던 그날의 나와 같은 사람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앞을 가로막은 거대한 바위를 보며 절대 움직일 리 없다고, 나로서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움츠러든 사람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불가능할지 어떨지는 일어서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