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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경준 Apr 16. 2018

인도네시아 라이징(Rising)

크립톤은 올해부터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크립톤이 발굴하고 검증한 스타트업들을 크립톤과 협약을 체결한 대륙별 메이저 엑셀러레이터, 비즈니스 센터들에게 보내 현지에서 계속적인 엑설러레이팅을 하게 됩니다. 국내 민간 엑셀러레이터로는 처음 하는 시도라서 적지 않은 난관이 있겠지만 잘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 첫 번째 사례를 런칭시키기 위해 인도네시아에서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말로만 듣던 인도네시아 첫 출장에서 많은 선입견이 깨지고 있습니다. 동남아 여러 나라를 가본 입장에서 인도네시아는 무슬림 문화때문에 한국 스타트업이 적응하기 쉽지 않을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현장에서 듣고 보는 정보들은 그 선입견이 틀렸다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2017년 기준 전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스타트업을 보유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인접 국가인 말레이시아도 스타트업이 이만큼 활발하지는 않는데 근로 의욕이 떨어지는 무더운 나라, 섬나라인 인도네시아가 어떻게 창업국가가 될 수 있었을까.


개천에서 용 나는 게 가능한 나라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 6천만 명으로 중국, 인도, 미국에 이어 전세계에서 4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18,108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로 300여 개의 부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약 350년 간 네덜란드의 지배를 받았고 2차 세계대전 중 잠깐 일본의 지배를 받기도 했습니다. 독립 후 쿠데타로 정권을 획득한 군사정권이 장기 집권을 하다가 2014년 (현재의 대통령인)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최초의 직선제 문민정부가 수립됩니다. 다당제로 여러 정당이 존재해 한 정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민주주의가 오히려 대한민국보다 더 발달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스타트업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이유는 현 대통령인 조코 위도도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자신이 '흑수저' 출신으로 개천에서 용 난 케이스이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정치에 입문하기 전까지 가구 판매업을 하던 조코위는 그의 품성을 알고 있던 오랜 지인의 권유로 어느 날 그가 나고 자란 수라카르타 지역 시장 선거에 출마해 덜컥 당선이 되어버립니다. 지역기업 육성정책을 펴 성공을 거둔 그는 2010년 압도적인 표 차이로 재선에도 성공합니다. 거기서 끝이 아니라 수라카르타 시장 재임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한 2012년에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에 도전하여 도전하여 당선되어 버리고, 자카르타 주지사 재임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한 2014년 대권에 도전하여 역시나 덜컥 대통령에 당선되어 버립니다. 조코위 대통령은 임기 5년의 집권 후반기인 현재까지도 70% 전후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고 이미 재선 도전을 선언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역시 다른 동남아 국가들처럼 빈부 격차가 심각한 수준이고 중국 화교 자본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상황이지만 조코위 대통령의 사례처럼 사회가 문화적으로, 국가가 정책적으로 흑수저의 성공신화를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는 고젝(Go-Jek)이 있다


'인도네시아의 우버'로 불리는 고젝은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스마트폰 기반 앱 호출 서비스로 오토바이 택시로 시작해 식료품 배달, 청소(홈클리닝), 마사지까지 연결해주는 O2O 서비스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최초의 유니콘 기업인 고젝은 지금까지 구글, 테마섹홀딩스, 텐센트, JD닷컴 등 미국, 싱가포르, 중국 등의 주요 투자자로부터 15억달러(1조6100억원)를 유치했으며 최근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최초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재미있는 것은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며 우버의 동남아시아 사업까지 집어삼킨 그랩(Grab)이 인도네시아에서는 고젝에 밀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무엇이 이것을 가능하게 했을까.

인구 기준으로 동남아시아 최대국가인 인도네시아는 인재가 풍부합니다. 인도네시아의 평균 연령은 28세(한국은 40세)로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 덕분에 소셜미디어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으며 최고의 인재들이 창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고젝은 창업자인 나디엠 마카림이 하버드 MBA를 졸업하고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에서 일하다 인도네시아로 돌아와 2010년에 창업한 회사입니다. 풍부한 인재의 기반 위에 등장한 성공 사례가 인도네시아에 창업 열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마치 중국에서 알리바바의 사례가 만인의 창업 열풍을 불러일으킨 것처럼 말입니다. 인도네시아에는 이미 일본, 중국, 미국의 벤처캐피털들이 진출하여 활발한 투자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부동산 경기 침체와 맞물려 거의 모든 고층 빌딩마다 스타트업을 위한 코워킹 스페이스가 들어서고 있습니다. 위워크(We Work) 역시 인도네시아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진출 성공사례가 나오고 있다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대한민국 스타트업이 도전하고 있는 여타의 동남아 국가와 달리 인도네시아에서는 주목할 만한 사례들이 이미 나오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푸드 앱 1위 큐레이브드(Qraved)는 로켓 인터넷 아시아태평양에서 경력을 쌓은 스티븐 김이 창업했습니다. 지오인터넷이 운영하는 원룸 매칭 플랫폼 마미코스는 인도네시아 시장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최대 규모 코워킹 스페이스 EV Hive의 세 명의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이 한국인입니다. 이번 출장에서 만난 오케이홈은 프리미엄 홈클리닝 시장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개의 한국 스타트업들이 현지에서 선전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인도네시아는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국가의 부족한 인프라를 스타트업이 채워가는 걸 정부는 막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핀테크로 인도네시아는 핀테크가 가장 발달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해외에서 현지 진출한 스타트업들도 충분히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상황입니다. 외국인이 창업할 경우 현지인이 지분 49%를 가져야 한다는 (동남아 국가들은 거의 공통적인) 조건도 예외 조항을 활용하여 100% 지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오랜 기간 네덜란드의 지배를 받아서 영어에 능통한 사람들도 적지 않고, 인도네시아어가 다른 언어에 비해 쉬워서 상대적으로 쉽게 극복할 수 있습니다. 외국계 투자기관들 외에 국내 VC와 사모펀드들도 부지런히 투자처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작은 시장규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글로벌 진출이 필수적인 대한민국 스타트업이 이런 상황이라면 인도네시아에 진출하지 않을 이유가 없겠습니다.  


인도네시아가 중요한 또다른 이유는 인도네시아가 중동을 포함한 이슬람 시장의 교두보이기 때문입니다. 한 사례로 코스닥 상장인기업 에이티젠은 자사의 정밀 면역 검사용 의료기기인 NK뷰키트에 대해 올해 1월 인도네시아 보건부(Department Kesehatan)의 의료기기 판매인허가 승인을 획득했습니다. 이 제품은 소량의 혈액(1ml)으로 암을 비롯한 자가면역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데 이슬람 여성의 경우 신체의 일부를 드러낸 상태에서 초음파 검사 등을 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슬람 시장에 잘 맞는 아이템이고 이슬람권에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인도네시아에 있습니다.  또 요즘 국내에서도 인기있는 할랄(Halal) 푸드 역시 세계 3개 할랄 인증기관 중 하나인 무이(MUI)가 인도네시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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