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파트너스앤글로벌(이하 케이파트너스)은 '인큐베이팅'이라는 용어가 생소하던 2000년도부터 스타트업을 인큐베이팅, 엑셀러레이팅 해왔습니다. 제조, 부품소재, 첨단기술, 농업, 교육, 컨텐츠, 서비스 등 경쟁력과 포텐셜을 갖춘 스타트업이라면 특정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전 분야를 망라하여 기업을 발굴하고 함께 성장해 왔습니다. 케이파트너스가 대한민국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의 원조는 아닙니다. 우리보다 1~2년 전에 인큐베이팅을 하던 업체들이 있었습니다. 다만 그 업체들은 단기간에 소멸했고 현재까지 지속되는 기업은 케이파트너스가 유일하기 때문에 국내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최장수 혹은 1세대라고 말할 수는 있습니다. 업력이 오래인 만큼 가장 많은 케이스와 성공 사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케이파트너스가 관심을 가지는 스타트업은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기업가정신입니다. 재무적으로 아무리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다 하더라도 창업자가 기업가정신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관심 대상이 아닙니다. 우리가 말하는 기업가정신은 투명한 경영에 대한 의지, 기업을 통해 세상을 보다 긍정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철학,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실력입니다. 요약하자면 진정성과 실력인데, 이 두 가지의 균형을 갖춘 창업자는 많지 않습니다. 실력은 완벽한 전문성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어느 정도의 경험과 사업 감각이면 충분합니다. 둘째, 악세사리같은 BM(Business Model)이 아니라 판을 바꿀 수 있는 BM입니다. 돈을 벌 수 있는 BM도 많고 적절한 밸류에이션에 엑싯할 수 있는 BM도 많지만 우리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판을 바꿀 수 있는 BM을 선호합니다. 셋째, 지금 당장이 아니라 3년 후 혹은 5년 후에 유망한 기업입니다. 벤처캐피탈은 구조적으로 지금 유행하는 산업, 3년 후에 엑싯할 수 있는 사업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케이파트너스는 그보다 길게 보며 유행을 타지 않는 사업을 선호합니다. 기업 발굴 과정 역시 요즘 유행하는 오디션 방식이 아닌 발로 뛰면서 기업을 일대일로 만나는 방식을 고수합니다. 자체 스터디를 통해 유망한 분야를 사전에 정하고 이에 맞는 seed company를 발굴하기 때문에 케이파트너스는 조용히 일을 합니다.
유망한 분야를 전망하고 예측하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고 쉬울 수도 있으나 지난 15년간 우리의 예측은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IoT 혹은 M2M(Machine to Machine)은 당연히 도래할 가까운 미래이나 자본시장 관점에서는 5년 후면 재미가 없는 시장이 될 것입니다. 데이타 사이언스에 기반한 머신 러닝은 빠른 속도로 고도화되겠지만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며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인공지능은 다분히 환상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2015년 핫 아이템이었던 O2O 서비스 산업에서는 창업자들과 투자자들 모두 본질을 보지 못했습니다. O2O 서비스의 본질은 오프라인이며 정확하게는 오프라인 현장에서 서비스를 수행하는 '사람'입니다.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은 바이럴(입소문)이며 바이럴의 진원지는 외부 고객이 아닌 내부 고객, 즉 서비스를 수행하는 당사자입니다. 따라서 내부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O2O 서비스는 투자자를 설득하는데 성공했더라도 사업에는 성공하지 못할 것입니다.
주체에 따라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겠지만 우리가 2016년에 주목하는 거시적인 분야는 농업, 에너지, 가장 한국적인 컨텐츠&서비스입니다. 유행에 너무 민감한 대한민국은 과거에 쌓아놓은 세계 수준의 농업기술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업을 무시해 왔습니다. 농업을 대표하는 종자 전문기업들은 1997년 IMF를 겪으면서 망하거나 다국적기업에 넘어가 버렸습니다. 농업은 혁신할 것 투성이입니다. 농산물의 유통 구조는 직거래 중심으로 변할 것입니다. 중산층이 성장하고 있는 중국과 아시아 시장에 고품질의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는 기회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첨단 농업 시장은 엄청난 규모로 성장하고 있으나 한국은 후진국 수준입니다. 원자력 화두에 매어있는 에너지 분야 역시 후진하고 있습니다. 세계는 이미 태양광을 위시한 신재생에너지로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그런 변화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원유 가격 하락을 들먹이는 해묵은 논쟁에 대한민국이 묶여있는 동안 글로벌은 이미 그리드 패러티(Grid Parity)에 도달하였고 혁신적인 BM과 금융상품 시장으로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농업과 에너지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시장입니다. 가장 우리다운 것을 우리 스스로 무시하는 동안 세계는 한류에 빠져있고 뉴욕의 식당들은 이제 한국 음식이 가장 건강한 음식이라며 너도 나도 한국 음식 메뉴를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우리가 무시하는 전통 공예, 전통 문화 역시 세계화될 수 있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컨텐츠와 서비스를 세계로 들고 나가야 합니다. 기술 경쟁, 당연히 해야겠지만 기술 경쟁만으로 한국의 입지를 만들 수는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스타트업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 열풍은 당분간 식지 않을 것입니다. 한 시대를 지배했던 패러다임이 물러가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산업혁명과 자본주의로 대변되는 시대가 가고 아직 완벽하게 보이지는 않으나 새로운 틀이 분명히 도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10년 혹은 20년이 이후 3백년의 기초를 놓는 시기가 될 것입니다. 이 시기동안 무수한 스타트업이 등장할 것이며 그 중 소수의 기업이 이후 3백년의 경제를 지배하게 될 것입니다. 한반도 역시 유사 이래 가장 좋은 기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급성장하면서 내재된 불안은 10~20년 이내에 표출되고, 고난의 시기를 극복한 일본이 재부상하며, 국제 정세를 활용하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미국은 여전히 건재할 것입니다. 그 사이에 한국이 있습니다. 이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느냐 여부가 우리와 우리 후손의 미래를 결정할 것입니다. 지혜로운 자들과 준비된 자들이 창업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