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로 그간 취업에 대한 노력을 내는 건데 단계도 여러 개고, 입력할 것도 많다. 뭐 하나 잘못 입력하면 첫화면으로 간다. 그래서 똑같은걸 몇번 반복하니 슬슬 짜증이 올라온다. 동생은 구직은 안해 취업훈련을 하고 있으니 그 부분만 하면 되는데 나도 처음 해보는거라 헤맸다.
그러다, 취업훈련 증빙자료를 내라는 항목에서 화섭씨가 폭발해버린거다. 갑자기 방을 뛰쳐 나간다. 난 화면 아래 보니 임시저장 버튼이 있어 누르고 설명서를 다시 봤다. 훈련센터에 부탁하면 받을 수 있는 자료였다. 전화로 요청하고, 화섭씨를 다시 불렀다.
"화섭아, 훈련센터에서 서류 만들어 누나에게 보내준대. 30분만 기다려보자."
(동생은 구체적인 시간을 명시해줘야 기다림을 힘들게 생각 안한다. 전두엽이 약해 참을성이 부족한 장애라 내가 만든 팁이다)
"그러고, 뛰쳐 나가지 말고 말로 도와달라 해."
오티즘엑스포에서 발달장애인들 기업 베어베터 부스에서 본거다. 감정카드와 욕구카드로 원하는것을 표현하고 대화하는걸 훈련한다. 나도 그 카드가 있어 고르고 보여줬다.
"다음에는 화나고 답답하니 도와달라고 해. 바리스타 되고 싶다며.일하다보면 맘대로 안 될때 있어. 화내지 말고 도와 달라해. 아버지께서 화내면 우리도 힘들었잖아."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미안하지만 반면교사다. 화섭씨는 화난게 진정이 됐는지 거실로 나가 갑자기 원두를 갈아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준다. 예상치못하게 기다려야하는 30분을 보내기 위한 본인만의 팁 같다. 미안한 마음을 커피로 표현한다.
통즉불통, 불통즉통
(통하면 통증이 없고, 통하지 않으면 통증이 생긴다)
통하도록 노력하자. 언어뿐만 아니라 행동에 숨은 감정도 읽자. 화섭씨의 쏘리커피를 마시며 다짐했다.
30분 후, 훈련센터에서 서류를 보내주셔서 접수했다. 친절하고 빠르게 해주셔서 감사했다.불과 몇십년전에 비하면 코로나 이후 모바일로 빠르고 간편해진건데, 더 빠름을 원하는 마음은 뭘까? 과잉시대에 더더더를 추구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이미 있는 빠름과 편리함을 인식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