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실직한 화섭씨가 걸어갈 길
화섭씨가 다시 실직했다. 작년 12월 복지관에 점자입력직으로 취직했는데, 갑자기 수익을 낼 수 없어 계약만료 이유로 퇴직이라 한다.예정에 없던 일이라 멘붕이 왔다는 화섭씨다.
10월 2일까지 다니고 긴 추석연휴를 보내고, 퇴직처리를 기다린후 실업급여 신청하러 센터를 갔다. 아직 상실신고가 안됐으니10월말에 오란다. 그 옆에 있는 장애인고용공단도 갔다. 다행히 일자리가 있다고 한다. 자세히 알아보니 모두 1년 계약직이다. 변화를 싫어하는 동생인데 오래 일할 수 있는 곳을 알아보니 요새는 다 1년 계약직만 있다고 한다.
이제야 알았다.불경기가 되니 가장 약자인 장애인의 일자리의 질이 나빠지는구나. 그래서, 일자리도 잃고 새 일자리들도 질이 나쁘고.
뭔가 서늘했다. 그래도 일하고 살아야지. 1년 계약직 두군데 지원하고 왔다. 동생은 이 상태에 익숙해졌는지, 작년에 실직하고 재취업하는게 괜찮았는지 큰 동요는 없다. 다행이다. 차근차근 가보자.
기분전환겸 엄마와 셋이 강릉 당일치기로 왔다. 강릉중앙시장에서 옹심이를 먹고, 인목해변에서 맨발걷기를 했다. 이럴수록 건강을 챙겨야지. 요새 중년 불면증을 관리하려고 동생과 나는 맨발걷기에 빠졌다. 맨발이 주는 머리가 시원해짐과 졸림이 좋다.
허난설헌생가도 갔다. 경포대 옆에 소나무숲 안에 있는 생가는 고즈넉하고 평화로웠다. 평지에 솔숲에 둘러쌓인 고택이 안정감을 줬다. 불확실한 미래지만 마음은 편한 오묘한 상태다.
강릉역으로 돌아가려고 버스를 기다렸다. 언제 버스가 오는지 실시간 안내판이 없었다.검색해보니 시간표는 없고 7시부터 20시까지 하루 16회 운행이란다. 13시간동안 16회라니 1시간당 1-2대꼴이다. 강릉역에 일찍 가도 2시간 기다려야해서 30분만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재깍재깍 버스가 오는 서울에 살다,확실치도 않은 버스를 기다리려니 화섭씨가 불안해한다. 25분쯤 기다리다가, 저멀리서 오는 버스가 보인다.
우리의 삶이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는것 같다. 그래도, 지구가 돌듯, 버스는 온다. 새 일자리도 잘 구해질거다. 성실한 화섭씨와 있는 일자리를 믿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