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니어그램 상담가로서 글쓰기
난 에니어그램 상담가다. 현시대의 상황을 에니어그램으로 본 칼럼을 티스토리에 연재했었다. 요새는 티스토리를 안 하다 보니 에니어그램 칼럼을 여기다 한번 써보련다.
난 에니어그램으로 설명하면 4유형(휴머니스트)이다. 자신의 감정을 깊이 느끼는 골수 감정형이다. 이런 사람이 감정을 안 쓰던 전산을 전공한 건 순전히 엄마 때문이다.(요새는 IT에도 감성을 많이 쓰기 시작했다. 내가 첫공부를 하던 90년대 이야기다.) 어릴 때 엄마가 내 사주를 보니 그냥 두면 일찍 결혼해 아이도 많이 낳고 고생한다고 기술을 가르치라는 조언을 받으셨단다. 그걸 들은 엄마는 나에게 이유도 가르쳐주지 않고 고1 때 무조건 이과를 가라 했다. 국어를 잘하고, 수학을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 탐탁지 않아했지만, 강력한 엄마의 조언으로 이과를 가게 되었다.
고2 때 만난 수학 과목 담임 선생님은 내 인생 최고의 선생님이셨다. 3월에 이과를 겁내는 나에게 한 달만 다녀보고 결정하라는 여유를 주셨다. 유머러스하고 상담도 자주 하시는 인간적인 선생님이셔서 난 이과에 잘 적응했다. 어느 날, TV를 보다 컴퓨터를 멋지게 두드리는 심혜진이 모델로 나오는 코카콜라 광고를 보고 너무 강한 인상을 받아 전산과를 지원하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한 번도 컴퓨터를 만져보지도 않은 상태였다.
어찌 전산과에 들어가 장학금 받으며 공부도 잘했다. 그러다, 힘들어진 게 30살 때. 그때 첫 직장을 그만두고 에니어그램 테스트를 처음 한 날, 난 충격이었다. 골수, 찐한, 예술가적 감성이 풍부한 4 유형이 나왔던 것이다. 평소 머리형과 논리적인 사람들이 주로 근무하는 IT업계에서 감정을 공감받지 못해 힘들어왔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2007년부터 에니어그램을 7년 동안 계속 공부했다. 그때도 곧 4 유형의 시대, 감정형의 시대가 온다는 말을 들었다.
공부하던 에니어그램 연구소를 나와, 독립적으로 개인상담 의뢰가 들어오면 꾸준히 해오고 있다. 주로 머리형이나 행동형 친구들이 부모가 되어 너무 다른 자녀를 상담해달라 했다. 그 자녀들은 감정형이 많이 나왔다. 진짜 감정형의 시대가 오는 게 느껴졌다.
최근엔 MZ세대들이 기존 세대와는 달리 조직이 원하는 것을 안 해주면 퇴사하는 사례들이 늘어났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보면 공정과 워라벨이었다. 이건 기존 세대에서 억눌러오던 것이다. 역사는 억누른것에 반작용이 생겨 추구하려는 방향으로 간다. 한국 전행 후 이 나라를 발전시키기 위해 억눌렀던 게 인간적인 감정이었다. 쉽게 말하면, 휴식과 존중이었다. 예전에는 일 해야 하니 사적 감정은 넣어두라는 문화였다. 어디 조직에서 개인감정을 이야기하냐. 그런 사람은 성숙하지 못한 사람쯤으로 취급되었다. 그러니 감정형인 나 같은 사람은 견디기 어려웠다. 그런데, 그런 감정형, 젊은 세대가 강력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휴식과 존중의 욕구가 들어지지 않으면 가차 없이 조직을 떠나고, 직장인 익명 사이트에 그 조직에 대한 투명한 평가를 내린다. 인터넷의 발달로 감출래야 감출 수도 없다. 조직이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까지 왔다.
인류의 변천사를 보면 예전에는 식량이 부족해 빨리 행동해 배고픔을 채우는 시대였다. 행동형(장형)들의 시대였다. 그 다음 컴퓨터가 등장하고 과학기술이 발달하며 똑똑하고 논리적인 사람들의 시대였다. 나 어릴 땐 똑똑하고 공부 잘하면 다 되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제일 억눌러 있던 게 감정이다. 행동형과 머리형의 욕구가 채워지니 자연스럽게 감정형의 욕구를 채우는 시대로 온다.
더군다나 우주는 물병자리의 시대라 한다. 물병자리의 키워드는 평등과 인류애와 인권이다. 이제 개인이 아무것도 안 해도 존재만으로 존중을 주장할 수 있다. 개인이 똑똑해져 조직이 부당하게 하면 목소리를 내고 조직을 곤란하게 할 방법이 많아졌다. 옛날 라떼를 외치며 아랫사람들에게 예전처럼 하라고 할 수 없는 환경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거꾸로 장형과 머리형이 이 변화에 적응하기 힘들어하고 있다. 해답은 간단하다. 한쪽으로만 쓰던 , 즉 행동과 머리만 굴리던 패턴을 내려놓고 감정을 쓰려고 노력해보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감정형이 되진 않는다. 그렇지만, 인간이라면 자연스럽게 느끼는 희노애락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면 일단 진솔해진다. 감정형은 감정을 말했을 때 더 평등하게 대한다 느낀다. 그리고, 내 감정부터 존중하고 관찰하는 습관을 만들어본다.
그리고, 나와 다른 감정을 가진 사람들을 존중하는 연습도 해본다. 그 감정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 비폭력대화에서는 감정은 인간으로서 어떤 욕구를 채우길 바라는 중요한 신호라 했다. 그 욕구까지 탐색해본다. 물론 사람마다 욕구가 다를 수 있다. 그 다른 욕구를 가지고 조화와 협상을 하려는 시도를 해본다.
감정형인 나로서는 머리형의 시대에 살 때 감정을 내려놓고 논리적으로 대화하고 주장하려고 노력해왔다. 그 노력이 이성과 감성의 조화로움을 만들었다. MZ세대와 잘 지내려 하는 기존 세대들은 거꾸로 논리를 내려놓고 감정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요새 이상하게 상담이 느는 이유는 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