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로써 글쓰기
나는 프로그래머다. 대학에서 전산을 전공했다. 91학번이니 1990년대부터 현재 2020년대까지 IT변천사를 알고 있다. 대학 졸업 후 계속 IT 일을 한 것은 아니다. 젊은 날의 방황으로 9년간 어린이집 사무원 (클래식 뮤지션 팬클럽회장 & 애니어그램 상담가 라는 경력도 쌓았다) 이라는 생뚱맞은 경력이 있다. 하지만, 이때 사람에 대해 공부했다. 지금은 그 경력이 IT에서 일하는데 도움이 된다.
병원 전산실에서 일하다가 그만둔 건 나 자신에 대해 몰라서였다. 우울하고 힘들었다. 나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에니어그램으로 내 성격을 파악하고, 다른 한국인들의 성격 또한 이해했다. 나는 한국인 비율 중 소수를 차지하는 4 유형(휴머니스트)이다. 그러니 남과 다른 생각을 하는 게 당연하다. 그 고독감 안에서 남과 다른 창의적인 일을 할 때 기쁨을 느낀다.
9년간의 외도(?) 후 다시 IT에 돌아오기 전, 대학 동기의 도움으로 IT 전문가 협회 원로들을 만날 수 있었다. 9년 동안 기술적인 발전도 있었지만 트렌드의 변화도 있었다. 원로들 말씀이 충격적이었다.
"이성으로써 개발할 수 있는 건 다했어. 이제 감성 영역으로 가야 해."
감정형인 나로서는 다시 IT에 돌아오면 할 일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다시 돌아와 논리적인 머리형들을 더 이상 부러워하지 않았다. 감성형인 나만이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았다.
프로그래머들은 모니터에 코 박고 일하다 보면 놓칠 수 있는 분야가 있었다. 바로 프로그램을 쓰는 주체가 사람이라는 것. 그 사용자들의 마음에 대해 무관심 해진다. 실제로 새로 들어온 회사에서도 현장 사용자들을 만나지 않고 본사 말만 듣고 있었다. 3년을 졸라 현장 사용자들을 만나러 간 날, 충격이었다. 아주 쉽게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어 현장 사용자들이 고생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쪽 말만 들었던 결과였다.
그 후, 명리를 공부한 후 음양 이론을 경영정보시스템에 적용했다. 내가 이성과 감성을 융합하고, 다양한 이론을 접목하는데 재능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EBS 다큐멘터리 자본주의를 보니 2008년 이전에는 봄과 여름의 경제를 보냈다면, 그 이후는 가을과 겨울의 시기가 온다는 것이다. 실제로 요새는 저성장율의 시대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적인 팽창, 양의 면만 보는 경영정보 시스템은 부족하다. 음적인 부분, 즉 고객 불만족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환불 등의 상황을 투명하게 볼 수 있는 게 필요했다. 총매출만 보여주던 상황에서, 데이터를 증가와 감소로 분리하고 어디서 매출이 새는지를 볼 수 있게 했다. 수십 년간 한 화면만 보며, 한 방향만 생각하던 사람들에게는 나올 수 없는 기획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내 방황과 그때 했던 공부가 다 자산이 되었다. 특히,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IT윤리 분야의 중요성이 강화되고 있다. 실제로 감성과 윤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만든 프로그램은 고객의 만족을 받기 힘들 수 있다. 내 타고난 성향이 감성적이라 그런지, 난 프로그래머들이 감성적인 분야까지 사람에 대해 공부했으면 한다. 컴퓨터만 쳐다보고 있으면 잊어버리는 걸 환기하기 위해서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주체는 사람이다. 앱 화면과 모니터 뒤에 사람이 있다. 그럼, 사람에 대해 알아야 한다.
나의 어둠이 사람에 대한 관심을 갖게 했다. 그리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개성을 가진 동생이 인권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했다. 다들 성공과 성취만 쫒는 이 시대에 동생처럼 소박하게 살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가르쳐줬다. 이런 마인드가 없으면 사람은 항상 높은 곳만 쫒는다. 그런데, 인생은 항상 성취만 있지 않다. 설사 실패해도, 꼬꾸라져도 최소한의 행복을 유지할 수 있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그런데, 컴퓨터는 그런 걸 가르쳐주지 않는다. 냉정하게 빨간 숫자로 손실을 표시할 뿐. 손실 후 마음을 어떻게 위로하고 다시 힘내야 하는지는 사람을 공부해야 알 수 있다.
컴퓨터만 바라보다 뭔가 마음이 삭막해진다면, 나처럼 사람에 대해 공부하길 추천드린다.
"일을 제대로 하려면, 기술보다 먼저 사랑이 필요하다."
(To do things right, first you need love, then techniq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