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짓을 저지르는 버릇 ①
난 가끔 무모한 짓을 저지르고 보는 안 고쳐지는 버릇이 있다.
아, 이런 것도 버릇으로 쳐주냐고?
적어도 나에겐 버릇이다.
지금 다 얘기할 수는 없지만,
내 인생 이야기를 처음부터 듣는다면 '버릇'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버릇은 보통 부정적인 것에 쓰이는 표현이지만 적어도 이 경험에서, 아니 적어도 내 인생에서
무모한 짓을 저지르는 버릇은 긍정적인 나의 커리어였다.
지금부터 하는 모든 이야기를
나처럼 무모한 짓을 저지르는 버릇이 있는 모든 이에게 바친다.
"나는 사실 네가 진짜 할 줄 몰랐어. 농담은 해도, 진짜 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으니까 (웃음)"
내가 앨범을 발매한 후 대부분의 반응이 이랬다.
나는 내 노래를 꼭 세상에 내보고 싶었다.
그리고 뮤직비디오를 만든다면 내 노래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내가 쓴 가사와, 그에 맞는 영상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보컬 트레이닝도 받아보고,
가수 오디션도 보러 다녀봤지만 나의 앨범을 내줄 회사는 없었다.
역시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래서 결론이 내가 회사가 되기로 한 것이었다.
결론이 뭔가 이상한 거 같아도 어쩔 수 없다.
이 글을 쓰는 현재 시점에서는 이미 다 발매했으니까 걱정 없이 읽어도 된다!
세상에 하루에도 수도 없이 쏟아지는 앨범과 곡과 뮤직비디오들.
그것들과 다르다고 느껴지게 만들 수 있을까?
양산형처럼 보이지 않고 진짜 하나뿐인 앨범을 만들 수 있을까?
그러려면 나만 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어야 했다.
나만 할 수 있는 앨범을 기획해야 했다.
가장 나 다운 것이 가장 창의적이기 때문이다.
무언가 참고할 수는 있지만, 따라가려고 하면 안 된다.
나의 머릿속 취향에 가장 집중해야 한다.
자세히 내 생각에 귀 기울여보면 내 마음속에 작은 내가 두 가지 팻말을 들고 있을 것이다.
"YES!" 혹은 "NO!"
나는 그것을 잘 따라가기만 해면된다.
하지만 기획을 하다 보면 중간에 내가 나를 속일 때가 종종 있다.
어디서 본 게 더 멋있어 보여서 그저 나의 의도나 목적과 다른 선택을 할 때가 있다.
그러면 나 다운 결과물에 불순물이 섞인다.
상업적 목적성이 큰 기획물이 아니라, 나만의 창작물을 만들 때엔 그런 선택을 경계해야 한다.
목소리만 있고 작곡만 할 줄 알면 되지 않을까?
이렇게 간단히 생각했지만 작은 오산이었다.
일 년 동안 혼자서 서울과 경기권 방방곡곡을 다니며
별 짓을 다했다.
우선 작곡을 배울 곳을 찾아 나섰다.
나는 흥얼거리기, 메모장에 가사 쓰기는 해 봤어도
진짜 곡을 써서 음원으로 만드는 것을 혼자 해본 적은 없었다.
작곡 첫 수업 때 한 것은
선생님이 치시는 기타에 냅다 탑라인을 불러보는 것이었다.
여기서 탑라인은 노래의 가사가 붙어있는 멜로디라인을 뜻한다.
처음에는 너무 부끄럽고 내가 작곡을 한다는 사실도 믿기지가 않아서 한마디도 말하질 못했다.
그러다가 한 소절씩 그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불러내기 시작했다.
내가 쓴 가사에 멜로디를 붙여주는 순간이 신기하고 특별한 일처럼 느껴졌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줬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는 것처럼,
내가 음을 붙여준 순간 글로 적혀있던 한 마디의 말이 비로소 '노래'라는 것이 되었다.
나의 혼자 무작정 앨범 발매하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민하루 (minharu) 디지털 싱글/EP '졸업'
MV: https://youtu.be/3JRL1Su3tx0?si=qlzUcgyRPAFz174T
Melon: https://kko.to/KehAXbgF0t
Spotify: https://open.spotify.com/track/4RD0FVRUSti80uE6zucfC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