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짓을 저지르는 버릇 ②
작사와 탑라인 작곡은 7일, 편곡은 7개월이 걸렸다.
사실 중간에 곡이 아예 바뀐 기간까지 합하면 편곡은 9개월이 넘게 걸렸다.
나의 셀프 앨범 발매와 홍보 프로젝트에 많은 고비가 있었다.
그 첫 고비는 아마 편곡이었을 것이다.
내가 처음 작곡을 하겠다고, 작곡 레슨을 받을 거라는 사실을 보컬 선생님께 말씀드렸을 때
선생님께서 가장 처음으로 하신 말은 이것이었다.
"사실 편곡을 처음 하면, 피아노에 드럼 비트만 찍어도 멋있어 보일 수도 있어.
그러니까 자세히 들어보고 많이 연구해봐야 해."
나는 이 말을 듣고 아니 내가 막귀도 아니고 피아노에 드럼만 있다고 만족스러울까 의심이 들었다.
그런데 그 말은 사실이었다.
가사와 멜로디만 있던 노래에 그럴 듯 한 반주만 깔려도 연구를 해본 적이 없는 처음에는 대부분 그럴듯하게 들린다. 이때부터였다. 편곡과의 전쟁의 시작이었다.
우선 앨범을 내기 전 가장 처음 하는 고민은 '이 아티스트는 누구인가?'라는 '캐릭터성'이다.
내가 콘텐츠학과라서 그럴지 몰라도, 나에겐 이게 가장 중요했다.
대중들에게 어떤 메시지와 어떤 감정을, 어떤 방법과 어떤 스타일로 전달할 것인지를 고민했다.
그러려면 나의 이미지에 대한 성찰이 중요했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와, 내 지인들이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의 괴리를 느꼈고
그것을 좁히는 작업이 필요했다.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는 꽤 진지했다.
나는 내가 속으로 하는 생각들을 나의 이미지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내 속 생각들인 진로고민, 공상과 상상, 아이디어 구상 등을 할 때의 내 모습을 생각했다.
하지만 내 지인들이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는 밝은 사람이었다.
타인과 있을 때의 내 모습은 밝고 장난이 많은 모습이었다.
난 개그욕심도 있는 편이고, 쾌활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 결론은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도 나이고, 지인들이 생각하는 내 모습도 나라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둘 다 녹아든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노래의 장르 자체는 인디밴드/락 장르를 원했다.
검정치마나 데이먼스이어와 같이 듣다 보면 물 깊숙이 빠지듯이 들어가게 되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머릿속에 대충 악기를 상상하며 가사와 멜로디를 썼는데,
이제 그걸 진짜 구현해 내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였다.
어떤 소리의 일렉 기타를 쓸지, 각 파트의 드럼 구성을 어떻게 할지, 어떤 효과음을 사용할지, 하이라이트 부분을 어디로 할지... 더하고 빼고 나누고 재구성을 반복하면서 고치고 또 고쳤다.
노래를 편곡하는 과정이 글을 퇴고하는 과정과 닮은 것 같았다.
나는 노래를 만든 경험보다 영상과 디자인을 한 경험이 더 많았으니,
나에게 편곡을 고치는 과정은 가장 많이 기대던 감각인 시각이 아니라, 그걸 돕던 감각인 청각을 위주로 모든 집중력을 기울이는 과정이었다.
청각에 올인하는 과정은 지속적인 집중력과 훈련이 필요했다.
이미 많이 써본 시각은 예민했지만, 소리를 구별하고 더 좋은 소리를 찾기까지 예민해지는 훈련이 필요했다.
편곡을 계속하시는 편곡가 분들이 존경스러워졌다.
결국 완성한 곡의 편곡이 마지막까지 두 가지 버전 중 갈등되었지만,
마침내 고른 최종 곡의 편곡이 지금도 정말 마음에 들고 애착이 간다.
지금도 노래를 들려주면
'없던 추억이 생기게 하는 노래'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아련한 편곡으로 만들기, 성공적이다.
다음 이야기는 뮤직비디오 콘티 그리기로 돌아올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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