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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초 Aug 12. 2020

시처럼 소설처럼 1

일본 생활, 둘







주룩주룩 내리던 비가 그치고

분홍색 구름이 하늘에 가득한 날

선물처럼 하루를 위로받는

여기는 일몰이 아름다운 동네


내가 살던 강릉은 해 뜨는 동네

어두운 하늘이 오렌지 빛으로 물들고

잔잔히 일렁이는 바다가

보석처럼 반짝이는


지나간 어떤 하루들

아름답고 그리운

여기선 나만 아는













거미도 탈피를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초인종 가장자리부터 벽을 따라 지은 거미집

복도에 조명이 있어 밝은 현관에 모이는

날파리들을 잡아줄 것 같아 가만히 두었다


하루하루 늘어가는 거미줄에 걸린 날파리들

거미도 잘 먹고 잘 지냈는지 어느 날 현관에서

작아진 껍질을 벗고 있는 하얀 거미를 보았다






















우리 동네에는 고양이 세 마리가 있다. 몸집이 그리 크지 않은 하얀 고양이 두 마리와 진한 갈색 털의 뚱뚱한 고양이 한 마리. 뚱뚱한 고양이는 가끔씩 만나는데, 하얀 고양이는 정말 자주 보인다.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역으로 갈 때 처음으로 코너를 도는 길에 있는 주택가 어딘가에 사는 것 같다. 더운 날에는 자동차 아래 그늘에 다리를 쭉 뻗고 내 집 마당처럼 누워있고 비 오는 날에는 어느 집 현관 앞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 귀엽게 쉬고 있다. 아무래도 그 집주인이 고양이들을 챙겨주나 보다.어떤 날은 그 앞 집 주차장 바닥에 몸을 비비고 있는 날도 있지만. 그 코너를 돌 때에 나는 혹시나 기분 좋게 쉬고 있는 고양이들을 놀라게 하지 않을까 매번 속도를 줄이고 길을 좌우로 살피며 페달을 밟는다. 그러다 고양이와 마주치는 날에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사람 손에 길들여진 애완 고양이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날렵하게 몸을 움직이는 야생 고양이 같지도 않은 우리 동네 고양이. 크스크스 하고 입으로 바람 새는 소리를 내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날엔 왠지 서운하기도 하다. 그렇게 동물을 좋아하지 않던 나는 고양이를 키우는 건 어때 하고 가끔씩 남편과 대화를 하게 되었다.


사진은 어느 날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하얀 고양이. 차가 지나가면 길을 건너려고 하는지 가만히 서서 타이어를 계속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멈춰 사진을 찍었다.

























코로나 시대를 이겨내는 방법

새로운 게임에 계속 도전하기


초등학교 부서활동때 둔 바둑

규칙도 모르고 일단 승부하기


미니멀 리스트가 되고 싶지만

이것저것 물건 많은 거실 풍경



















그렇게 하면 안되는 거라는

아니면 잘하고 있는 거라는


누구의 어떤 조언도 위로도

들을 수 없고 들리지도 않는


힘든 자신을 잘 위로해 가며

자신도 타인도 챙겨야 하는


무엇이 정답인지도 모른 채

점점 무거워지는 나이의 값


어른스럽다 그 말은 진짜로

어른이 되어보니 어려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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