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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초 Aug 12. 2020

시처럼 소설처럼 2
:스쿠터가 가져다준 행복

일본 생활, 넷






스쿠터가 가져다준 행복





  지난 5월 1일, 일본에서 드디어 면허를 땄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국 면허를 일본 면허로 교환했다. 일본에서는 처음 면허를 따는 데 한국 돈으로 3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그렇지만 한국, 일본, 중국, 캐나다, 호주, 그리고 유럽 여러 나라를 포함한 23개국은, 한 나라에서 취득한 운전면허가 있는 사람이 23개국에 속해있는 다른 나라에서 운전면허 취득을 희망할 경우에 운전면허 시험을 면제하고 있어서, 나는 일본 운전면허시험장에 가서 면허 교환 비용 4000엔과 수수료 얼마를 내고 쉽게 취득할 수 있었다. 아, 물론 면허 교환에 필요한 서류 발급에 교통비와 수수료도 들었다. 수능이 끝나자마자 한국에서 면허를 딴 게 절약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네. 




  우리가 사는 간사이 지역의 큰 도시인 오사카나 교토 만 해도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어 차가 없어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한데, 여기는 시골이라 무조건 차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결혼 후에 시부모님이 쓰시던 차를 물려받아 쓰고 있다. 그리고 2년 전에는 남편 친구가 이제 안 쓰는 스쿠터를 받아와서 남편 출근용으로 쓰던 스쿠터도 있다. 지금은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어서 놀고 있던 스쿠터. 면허를 따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스쿠터 운전 연습이었다. 아무래도 맨몸에 달리는 게 좀 불안해서 자신감이 붙을 때까지 마트나, 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시골길을 다니며 연습을 했다. 그리고 장마가 끝난 뒤 날씨가 좋았던 날, 매번 기차와 버스로 한 시간 걸려 출근하던 카페에 드디어 스쿠터를 타고 출근을 했다.




  스쿠터의 매력은 정말 끝내줬다.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달리는 것도, 온도가 변하는 바람을 정면으로 맞는 것도, 좋은 풍경을 보면 바로 갓길에 세웠다 다시 출발할 수 있는 것도, 스쿠터를 타고 달린다는 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마음이 두근두근거리는 일이었다. 자동차랑 똑같이 기계에 몸을 싣고 달리는 건데 왜 더 자유로운 기분인 거지? 


















처음으로 스쿠터를 타고 출근한 날 퇴근길에 가까운 비와호로 향했습니다

호수 저편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파도가 돌에 부서지는 소리를 느끼며 눈을 감았습니다

때론 혼자였고 때론 누군가와 함께였던 강릉 바다에서의 아름다웠던 날들을 떠올렸습니다


사실은 강릉이 정말 정말 그립습니다
















거대 쓰나미

바다가 끝나는 곳에

지구는 평평했다




마음대로 사진 찍고 마음대로 이름 붙여보기


컴퓨터 화면에다 기록에 쓸 사진들을 놓고 이리저리 옮기다

어? 방금 이어진 사진인 줄 알았어! 하는 남편의 말에 사진을 붙여보았다

평범한 하늘과 호수였을 뿐인 두 장의 사진이 만나 새로운 세계가 탄생했다



















하늘 바라보고 누우니

코 끝에 진한 풀냄새

긴긴 장마가 끝나고

드디어 찾아온 여름



송골송골 땀 맺히는

이 더운 날에도

마스크 써야 할 날이

찾아올 줄은 몰랐네


뜨끈하고 끈적한

바깥공기가

바람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계절


















tmi 하나. 

스쿠터로 달릴 때 시원한 길

3위, 논과 논 사이

2위, 논과 나무들 사이

1위, 나무와 나무 사이 



tmi 둘.

스쿠터가 좋은 이유

하나, 좁은 길도 문제없다

둘, 손만 써서 달릴 수 있다

셋, 멈추고 싶을 때 갓길에 서기 쉽다



tmi 셋.

스쿠터가 안 좋은 이유

하나, 비와 바람을 막을 수 없다

둘, 몸을 다칠 위험이 있다

셋, 혼자서만 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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