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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엄마 Oct 02. 2023

말 그대로 기적

지난 4월 이후, 6개월 만에 아이의 정기검진이 있었다.

6개월 만에 뵌 교수님은 진료 일주일 전에 미리 했던

뇌파검사를 보시고는 너무 좋다, 기적이나 마찬가지다

라고 하셨다.


케톤식이 1년 4개월,

엣킨스식이 1년 ...

총 2년 4개월 만에 아이는 정상 뇌파를 되찾 것이다.

2년 전만 해도 우리 가족은 빠져나올 수 없을 만큼 깊은 동굴에 갇혀 있었다.

그 당시 아이는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기 무섭게 수십 회의 짧은 경련을 하루 종일 이어나갔다.

그래서 나는 아이가 눈을 뜨는 게 제일 무서웠고,

아이가 눈을 뜨면 지옥 같았다.

아이에게 맞는 약을 찾는 것도,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도 불가능할 것 같았다.

할 수만 있다면 아이와 단둘이 그냥 깊은 동굴 속에서

죽을 때까지 나오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은... 말 그대로 기적이다.


교수님은 그동안 고생 많았으니

저당식이로 가자고 하셨다.

케톤, 엣킨스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율을

철저히 지켜야 하지만 저당식이는 그에 비해 자유롭다.

아직 저당식이 교육을 받기 전이라 자세히는 모르지만

잡곡밥도 조금 먹을 수 있고 사과나 배 정도는 아주 조금 먹어도 되고, 모든 음식을 저울에 달아 먹이지 않아도 된다.

진료실을 나오니 그동안의 고생이 물밀듯이 밀려들듯

떠올라 울컥 눈물이 났다.


2년 4개월 동안 나는 말도 안되는 요리솜씨로 꾸역꾸역 삼시세끼를 만들었고,

아이는 말도 안되는 음식들을 삼시세끼 먹으며 먹고 싶은 음식들은 참아냈다.

아이가 죽어도 못 먹겠다 드러눕고 울고 불고 했다면

지금까지 이어오지 못했을 것이다.

버티고 이겨내지 않았다면 아이는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이제 높은 산 하나를 함께 넘었으니

아이와 조금만 더 버텨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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