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 처음 먹는 떡볶이

by 보통엄마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내가 다니던 학교 앞엔 늘 떡볶이를 파는 가게가 있었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그곳으로 달려가는 시간이 참 즐거웠다.

쫄깃한 밀가루 떡과 걸쭉한 떡복이 국물에 찍어먹는 튀김하며 순대는 찰떡궁합이 아닌가.

요즘은 밀키트로도 떡볶이가 참 맛나게 잘 나오는데...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아들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떡볶이를 먹어본 적이 없다.

만 6세부터 탄수화물을 극도로 제한하는 케톤식이부터 엣킨스, 저당식이까지 쉬지 않고 쭉 해왔으니...

아이에게 떡볶이는진짜 '그림의 떡'이었다.

특히 케톤식이와 엣킨스를 하는 2년 3개월은 아이에게 허용된 탄수화물이 정말 적었기 때문에

떡볶이는커녕 쌀 한 톨도 먹일 수가 없었다.

그나마 저당식이를 시작하면서 잡곡밥을 먹을 수 있었는데...

그것도 한끼에 35그램으로 어른 수저로 딱 한 수저뿐이었다.

아이가 먹는 밥은 얼마 되지 않는 깔깔한 현미밥에 야채와 계란을 넣은 볶음밥뿐.

김 모락모락 나는 찰기 가득한 쌀밥은 우리 집에선 구경할 수도 없는 저세상 음식이다.


몇 주전 한 교회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떡볶이를 아이가 엄마, 아빠 먹으라고 들고 온 적이 있었다.

아이는 떡볶이의 매콤달콤한 냄새만 맡고 먹는 걸 구경만 했는데...

너무 먹고 싶어하는 아이를 보며 혹시 떡볶이를 좀 먹일 수 없을까, 싶어 저당 떡볶이를 찾아보았다.

요샌 워낙 저당, 슈가 제로 제품들을 많이 나오는데... 다행히 떡볶이도 있다!

지난 7월 아이는 저당식이에서 좀더 완화된 탄수화물 제한식 중이라

한 끼에 먹일 수 있는 탄수화물 양도 많이 늘어나서 몇 개라도 먹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걱정되는 마음에 저당 떡볶이 제품을 사두고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참 고민 중이었는데...

어제, 아이가 또 떡볶이를... 이번엔 두 컵이나 들고 왔다.

교회 아주머니들에게 엄마, 아빠 준다고 두 컵을 달라고 했더니 효자라고 칭찬받았다며

신나는 얼굴로 떡볶이를 건넸다.

엄마, 아빠 하나씩 먹으라고 가져왔다는 아이의 말에 아이를 안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 너도 오늘 그깟 떡볶이 좀 한 번 먹어보자!

대충 계산해보니... 아이가 먹을 수 있는 떡볶이는 꼴랑 다섯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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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이것밖에 못 먹어? 하며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하지만 더는 안 돼......

아이는 교회에서 가지고 온 떡볶이와 저당 떡볶이 냄새를 맡고는

냄새가 똑같다며 잔뜩 기대하는 표정으로 떡볶이 하나를 야무지게 양념을 묻히고는 한 입 베어물었다.

쫀득거리는 식감을 처음 접해본 아이의 눈이 점점 휘둥그레졌다.

아니!!! 떡볶이가 이렇게 맛있는 거였다고??!! 하는 표정이었다.

쫄깃쫄깃해~~!! 하며 좋아하는 아이를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혹시나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 한 스푼, 미안한 마음 아홉 스푼.

그리고 다음 진료 땐 일반식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반 스푼.

아이와 함께 순대, 떡볶이, 튀김을 마음껏 먹을 날이 빨리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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