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 하나로 이렇게 바뀐다고...?

4년 묶혔던 ADHD에 대하여

by 보통엄마

4년 전인 일곱 살, 웩슬러 검사를 받았다.

언어 이해나 지각 추론은 평균으로 괜찮았으나...

작업 기억력과 처리 속도가 매우 낮음이 나왔다.

이 두 가지 때문에 아이는 전체 평균 76점으로 경계성 지능 판정을 받았다.


뇌전증으로 인해 1년 넘게 여러 가지 약을 쓰면서 부작용으로 인지 저하가 왔으니

어쩌면 당연스러운 결과...

그렇게 1년이 지나고...

주의력 검사에서는 ADHD가 유의한 수준에 해당되니 약 처방이 필요하다 판정을 받았으나

아이가 항경련제약을 많이 먹고 있으니 좀 지켜보자고 하였다.


그런데 이제는 케톤식이, 엣킨스 등 식이치료 4년차...

경련 증상도 없고, 약도 네 가지에서 한 가지 줄었으니 좀 나아질 만도 한데...

아이의 집중력과 작업 기억력, 처리 속도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제 4학년인 아이는 다행히 어디가서 기죽거나 쪼는 성격은 아니지만...

못하는 데도 할 수 있다고 나대거나 잘난 척을 하니

저학년 때 종종 또래 남자아이들에게 무시를 받는 경우를 본 적이 있었다.

(엄마가 보기엔 학폭이었고, 학교를 통해 항의한 적도 있다.)


다행히 작년에 다시 받은 웩슬러 검사에서는 지능이 평균치로 올라왔으나...

여전히 작업 기억은 경계선, 처리속도는 평균 하였다.

학교 공부는 반복 학습 덕분에 아주 조금 나아졌을 뿐, 여전히 걱정스러웠다.

특히 수학이 문제였다.

4학년 1학기 진단평가에서 20문제 중 13개를 맞아... 학습부진 기준인 12개에서 1개 더 맞은 정도였고...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수학 진단평가를 반 이상 맞아온 적도 손에 꼽힐 정도였다.


옆에서 아이를 가르쳐보면...

분명 어제 알려주었는데도, 풀었던 문제였는데도 다음 날 시켜보면 전혀 기억을 하지 못했다.

잘하고 싶어하는 아이도 답답하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내 속은 매일 엉망진창이 되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여름방학을 맞아 아이는 다시 한 번 주의력 검사를 요청했다.

역시나 주의 집중력에 문제가 있음이 확인되었고,

병원에선 아무래도 약을 써야겠다며 ADHD 약을 처방해주었다.

처방받은 약은 '메디키넷'

그런데 막상 처방받고 나니...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주의사항에 이런 대목이 있었다.


'발작의 병력이 있는 환자, 발작 없이 뇌파 이상이 있었던 환자 및 매우 드물지만 뇌파 이상이나

발작 병력이 없었던 환자에서도, 메틸페니데이트가 경련 역치를 낮출 수 있다는 몇몇 임상 보고가 있었다.

발작이 있을 경우 이 약 투여를 중단하도록 한다.'


우리 아이는 아직 뇌전증으로 식이치료 중인데... 괜찮을까...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먹어보지 않으면 결과는 알 수 없으니, 일단 먹여보기로 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며칠만에 아이가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이 보였다.

4학년 2학기 개학 직전 약을 먹기 시작했는데...

이 애가 내 애 맞나? 싶을 정도로 달라졌다...

한 달 내내 알려줘도 이해하지 못했던 분수의 덧셈, 뺄셈을 너무 잘하는 거다...?

이럴 리가 없는데...?

게다가 한 문제 풀고 먼 산 보고... 한 문제 풀고 또 먼 산을 보고 있던 아이가...

쉬지 않고 풀다니...? 너 누구니...?


거기에 주관식 문제가 아예 되지 않았던 아이인데...

갑자기 문제를 읽고 식을 써서 푸는 게 아닌가...?!

내 아들 맞는 건가...?

내가 그동안 지켜봤던 아이는 주관식 문제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주관식 문제는 문제가 원하는 것을 이해하고 푸는 게 아니라 그냥 지멋대로...

문제에 보이는 숫자들을 문제와는 아무 상관없이 식을 써서 푸는 녀석이었다.

그러니 식을 써서 푸는 문제들은 대부분 틀렸다.

바로 이렇게 말이다.


그런데... 약을 먹은 뒤, 아이는 이렇게 바뀌었다.


단순 계산 실수를 한 10번 문제와 제일 어려운 20번 문제를 제외하고 20문제 중 18개를 맞힌 것이다!

아니, 이게 되는 거라고...?

알약 한 알이... 아이를 이렇게 바꿀 수가 있나...?

100점 맞는 아이 엄마들은 이런 기분이겠구나.......?

정말이지 세상 진귀한 광경을 보는 기분이었다...


어제는 아이가 좋아하는 친구에게 쪽지를 하나 받아왔다.

거기엔 "요즘 수학을 왜 이렇게 잘해?"라고 적혀 있었다.

오늘 등교할 때 내 행운의 편지라며 오늘 등교할 때 주머니에 고이 접어 가지고 갔다.

늘 '난 잘 못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아이가 '어? 나도 되네?' 하는 자신감을 갖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제야 아이도, 나도 숨통이 좀 트이는 기분이다.

다음 진단 평가는... 100점을 기대해도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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