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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정현 Jul 15. 2018

이발소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1)

DM으로 인연을 만났다. 

지난 3월 더 뉴 그레이에 인스타그램 DM  한 통이 왔다. 바버샵에서 일하고 계신 바버이자, 샵 매니저로 전반적인 운영을 담당하고 계신 딘님. 우리 처음 만남은 나이 드신 50~60대 이발 사분들을 스타일리시하게 만드는 비포어 애프터 작업이었다. 딘님은 젊은 손님이 많아지는 만큼 최소한 등산복 차림의 이발사는 면하자 라는 차원에서 연락을 주셨다. 나는 단순히 비포어 애프터 촬영 대상자가 필요했고, 이왕이면 의미가 있고 스토리가 있으면 했다.

이용기능장 한영근선생님(왼쪽), 이용기능명장 정철수원장님

사전 점검(?) 차, 인사도 드릴 겸 방문했다. 샵의 분위기는 너무도 편했다. 헬로우젠틀을 하면서 중년 아저씨를 많이 만나봐서 그런지 크게 어색함이 없었다. 두 분 다 밝으시고, 또 인자하셨다. 다만 딘(매니저)님의 고민이 보였다. 빤딱빤딱한 슈트에 황금빛 타이 등산복 바지는 당시에 나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원장님은 복장에 큰 지적 포인트는 없었고, 특이한 패턴의 타이 하나 정도만 아쉬웠다. 


스포츠머리로 깎아버릴 것 같은 아저씨 이발사 말고,  
내 스타일을 책임지는 마스터 바버로 만들어드리자.

유니클로에가서 옷, 신발을 골라드리고, 수선까지 맡겼다. 한 번 입고 말 유행 타는 옷이 아니라 평소에도 입으실 수 있고, 일할 때는 유니폼처럼 입으실 수 있는 옷으로 골랐다. 


응 같은 분이에요.

사진을 조금 더 추가해보면 


그렇게 우리의 인언은 시작됐다. 자주 만나기 시작했고, 나름 급격히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조금씩 찰스 바버샵에 대해 잘 알게 됐고, 엔투라지 바버샵 이벤트를 같이 다녀오면서 업계의 흐름에 감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찰스 바버샵 운영에 조금씩 관여하게 됐다. 나도 모르게... 

다만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너무 좋은 콘텐츠, 너무 좋은 기술력을 가진 이발소가, 바버샵이 그냥 이 정도 수준으로만 머무르고 있는 것이 아쉬웠다.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찰스 바버샵을 


위 워크에서 팝업 한 번 해볼까요? 

업무공간에서 머리를 자른다고??? 음 미친 발상일 수 있으나, 난 원래 그런 거 하는 애니까..

위 워크도 좋아할 콘텐츠라고 생각했고, 자신 있었다. 내 자신감이 아니라, 찰스 바버샵, 원장님의 기술에 자신이 있었다. 자 일단 고 해보자!! 


허들이 굉장히 많았지만 제일 큰 문제는 바로 체어였다. 일반 사무용 의자에 고객을 모시기에는 너무.. 없어 보였다. 두 번째로는 원장님이 키에 맞추어야 하는 데, 일반 사무용 의자는 일반 바버샵 체어보다 높이가 낮아 제대로 바버링을 할 수가 없었다. 바버체어계에서 1등인 다카라에 제안했다. 다카라는 국내에서 첫 번째로 무료 협찬을 하게 된다. 


협찬도 받았고, 우여곡절 끝에 성공적으로 마쳤다. 거울 없이 머리를 잘랐으며, 샴푸도 없었다. 원래 샵에 비해 매우 조악한 환경에서 바버링 서비스를 진행했지만 원장님과 팀은 성공해냈다.
위워크 매니저 슬랙에서는 반응이 아주 후끈후끈 난리가 났다는 후문(??)이 있었다. 이어서 여의도, 광화문, 역삼 지점 등에서 팝업 제안이 들어왔다. 


일단 뿌듯했다. 찰스 바버샵을 세상에 소개한 첫 스타트였다. 그리고 남성들에게 국내 최고의 서비스를 간접적으로나마 제공해드릴 수 있어서 너무 즐거웠다. (참고로 팝업 때 오셨던 네 분의 손님 중 두 분이 이제는 원장님께 머리를 맡기신다.) 


그렇게 나는 대한민국 1등 바버샵을 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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