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모험가의 국토 대장정 첫 번째 이야기(서울~수원)

아무 생각 없이 걷고 또 걷다

by 서툰 모험가

아주 사소한 이야기로 시작된 전국 자동차 일주가 나의 두 발로 걷는 국토 대장정이 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여정의 프리퀄은 마지막 날 국토 대장정 준비물과 함께 올리고 오늘부터는 그냥 여행 이야기 시작이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첫걸음은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의 환호 속에서 시작되었다.

무려 11.5kg에 달하는 가방을 호기롭게 매고 시작된 여정은 30초 만에 삐끗거렸다.

이런 여행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나는 매일 기록을 남기기 위하여 아이패드를 챙겨 가방 맨뒤(등 쪽)에 놓았다.

아뿔싸 걷는 내내 딱딱한 직사각형의 아이패드가 고통스럽게 나의 허리를 눌러 대는데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래도 시작부터 멈추고 싶지 않아 50분을 참고 미련하게 걸은 후에야 아이패드의 위치를 앞으로 옮겨놓았다.

이것이 내 여정의 첫 패착이었다.

이때 아이패드에 50분 간 눌렸던 허리가 며칠을 고생시킬 줄은 몰랐다.ㅠㅠ

그래도 쉬는 시간에 아이패드를 앞으로 빼놓으니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었다.

나는 이 여정을 시작할 때 몇 가지 질문을 가지고 시작하였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43살이나 되었지만 나는 나를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나에 대해서 정말 알고 싶었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나는 목사다.

어떤 목사로 존재하고, 무엇을 하는 목사가 될 것인가에 대해서 솔직히 아직까지 답을 내리지 못했다.(계속 발전하며 변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여정 같은 특별한 시간이 주어졌어도,

혹은 또 다른 특별한 사건이 내게 일어난다 할지라도

내가 고민하는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은 쉽게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무덤에 갈 때까지 시대의 변화 속에 계속 묻고 또 물으며 해야 할 질문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질문을 가지고 살아가느냐 아니냐는 인생에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질문을 소중히 내 가슴에 품고 걷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고작 두 시간을 걸었을 뿐인데 호기롭게 한 이 거대한 질문이 머릿속에서 온데간데없이 새하얗게 사라졌다. 그저 빨리 시간이 지나 도착지에 도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가득 차게 되었다.


나는 이러한 나의 연약함이 나의 참모습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드디어 점심 먹을 장소인 경기도 의왕이 보인다.

전날에만 해도 뭐를 먹을까 고민했지만 그냥 눈에 보이는 국밥집에 들어갔다.

내가 장소를 잘 고른 것 같다. 맛이 괜찮았다. 가격도 괜찮았다. 첫날부터 느낌이 아주 좋다.

밥을 든든히 먹고 다시 걸음을 내딛는다.

오늘 나의 최종 목적지는 수원역이다.

이제 10km 정도 남았다.

버겁지만 그래도 조금만 더 힘을 내보자!!


오늘은 첫날이기도 해서 일정을 여유롭게 짰다.

수원역 근처의 맛있는 커피 집을 찾았다.

전날 서칭을 해보니 “정지영 커피로스터즈”가 꽤 유명하더라

솔직히 많은 기대가 있었다.

조금 돌아가는 일정이었지만 그래도 커피 로스터즈를 넣었다.


가장 비싼 7,500원의 HOT 드립커피(ETHIOPIA MOMORA NATURAL G1)를 시켰다.

아이스가 먹고 싶었지만 핫에서 주는 커피의 참 풍미를 느끼고 싶었다.

직원분이 내려주시는 것을 앞에서 빼꼼히 지켜봤다.

2분 안에 추출이 끝났다.

추출 중간 계속 필터를 만지작 거리는 모습이 내심 불안했다.

(순간 머릿속에서 내 돈이 헝공으로 붕~ 날아가는 그림이 그려졌다ㅠ )

내가 뭐라고 그 맛에 대해서 왈가불가하겠느냐...

그러나 너무 아쉬움이 남는 나의 귀한 시간과 돈이었다.

커피를 마시고 저녁식사를 “일면”이라는 만두집을 갈까? “통닭거리”를 갈까? 고민이 되었다.

치킨을 매우 좋아하지만 혼자 먹는 양이 생각보다 적기 때문에 치킨집은 혼자 가기가 언제나 고민이 된다.

그래도 치킨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통닭거리를 지나칠 수는 없었다.

수많은 유명한 통닭집들이 나왔지만 나에게 선택지는 딱 한 곳뿐이었다.

"반마리를 선택할 수 있느냐 없느냐"

나는 유일하게 반마리가 주문 가능한 “남문통닭”으로 향하였다.

그 유명하다는 갈비통닭을 반마리 시켰다.

통닭이 나오기 전에 닭똥집 튀긴 것이 서비스로 나왔다.

제일 맘에 드는 것은 양배추 샐러드가 셀프바에 있다는 것이다.

힘이 들어서 그런가... 반마리조차 다 못 먹고 6조각을 남겨 싸왔다.

다시 한번 생각하지만 치킨은 동네 프랜차이즈점이 최고인 것 같다^^

드디어 몸을 누을 수 있는 수원역의 숙소로 향한다.

대략 치킨집에서 40분 정도 더 걸었다.

숙소는 전날 여기 어때로 가장 싼 숙소 아이비 모텔을 예약했다.

숙소가 너무 반가운 나머지 입구 사진은 남기지도 못했다.

오후 6시 입실시간에 딱 맞춰 키를 받고 들어갔다.

문을 여는 순간 담배냄새가 내 코를 찌른다.

솔직히 너무 화가 났다...

(호텔이나 수련회 숙소 같은 장소만 가봐서 담배 냄새나는 모텔에 대한 내구도가 0이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25,000원 방으로 무엇인가 큰 것을 기대한 내가 잘 못인 것 같았다.

그래도 담배 냄새가 너무 불쾌했다.

어플 기록을 살펴보니 오늘은 약 30km를 걸었다.

이 번 여정에서의 핵심은


무리하지 않기!

의미 부여하지 않기!

편하게 생각하기!

이다.


그래서 하루 이동거리도 25~30km 사이만 걸을 것이다.

그럼에도 매일 기록을 남기는 것만큼은 해내려고 한다.


이렇게 첫날이 지나갔다.

아직 15일 정도가 남았다.

그런데 그리 멀리 생각하지 않고 내일 하루만 생각할 것이다.

내일 어디 갈지 뭐 먹을지...

그다음 날은 그다음 날에게 맡길 것이다.


오늘의 결산(누적 30.8km)

이동경로: 서울시 서초구 우면동 - 경기도 수원시 수원역(아이비 모텔)

총 거리: 30.8km

총 비용: 71,080원

1)간식:9,300원(컴포즈/정지영 로스터즈)

2)점심: 10,000원(솔밭 순대국)

3)저녁: 19,800원(남문 통닭)

4)다음날 아침: 6,980원(바나나 및 우유)

5)숙소: 25,000원(아이비 모텔)

서툰 모험가의 국토 대장정 첫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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