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모험가의 국토 대장정 두 번째 이야기(수원~송탄)

그냥 걷는다구요

by 서툰 모험가

밤새 허리 어깨 발이 욱신 거려 잠을 설쳤다.

온몸 구석구석 동전파스 12개를 붙이고 발바닥 파스에 얼굴 팩까지 했지만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도 일정을 위해 억지로 눈을 붙이고 겨우 아침 6시에 눈을 떴다.

원래 계획상으로는 1시간 정도 준비하면 출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웬걸 전 날 날이 쌀쌀해서 입은 바람막이 등의 부피가 큰 옷이 가방에 안 들어가는 것이다.

이미 모든 짐을 다 쌓고 마지막에 넣으려고 했기 때문에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어떻게든 20분간 머리를 굴려가며 꾸겨 넣긴 넣었지만... 이미 오늘 쓸 힘의 30%를 다 쏟은 것 같다.


그럼에도 오늘의 시간은 잘 지나서 목적지에 도착할 것을 알고 기대하기에 송탄역으로 활기차게 발걸음을 내디뎌 본다.

한참을 걷는데 누가 나를 부른다.

뒤를 돌아보니 한 아주머니께서 “여행 가세요?”하고 묻는다.

나도 드디어 이런 응원의 힘을 받는구나 하고 “네”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나에게 오시더니 사과주스랑 막 나온 따뜻한 떡을 하나 주신다.

그러면서 “죄가 있으면 천국을 못 가니 하나님을 꼭 믿으세요”하고 말한다.

외롭고 힘든 지금의 나는 이런 모습의 응원도 큰 힘이 되었다.

잘 쉬고 다시 걸어 보지만 둘째 날이라서 그런지 발바닥이 많이 아팠다.

감사하게도 물집은 안 잡혔다.

그래도 발바닥과 측면은 많이 아팠다.


우리지 삼대장(삼남매) 사줘야 할 속옷이 있어서 8시 36분에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쉬기로 한다.

20년 만에 홈쇼핑에서 물건을 구매해 보는 것 같다.

원래는 인터넷으로 구입하려고 했는데 이틀 뒤인 오늘 tv 방송이 잡혀 있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대박 속옷 6벌을 더 준다.

나는 이렇게 쇼핑의 달인이 되어간다.

방송 기다리는 동안 버스가 만들어준 소중한 그늘 아래에서 당을 보충해 본다.

오늘처럼 그늘이 소중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번 여정을 하면서 내 몸이 아픈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막다른 길을 만났을 때다.

내 눈에는 절대 "길"로 안 보인다.


오늘도 세 번 정도 길이 없는 도로를 만났다.

정말 무섭다. 차들이 쌩쌩 지나간다.

원래도 안전에 민감한 편인데 이런 도로를 지나갈 때면 너무 불안하다.

그래도 담대하게 하지만 조심스럽게 걸어 본다.

걷기 전에는 길이 될지 안 될지 의심 투성이었지만,

걸어 보니 내가 걸어온 길이 되어 있었다.

드디어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수원 병점역에 도착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이번 여정의 카페인은 메가커피나 컴포즈에게 조달받으려 한다.

병점역에서 마신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아주 훌륭했다!

가끔 우리 동네에서 아아를 시키면 추출시간을 너무 짧게 한 커피맛이나, 겉은 로스팅된 것 같으나 안에는 덜 익은 원두로 내린 커피 맛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의 커피는 아주 좋았다.

중간에 응원 선물 받은 떡과 아아로 한숨 돌려본다.

몸이 회복되는 데에는 누워서 다리를 들어주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하지만 환경이 허락되지 않으면 겨우 앉아서만 쉴 수 있다.

이런 경우는 다시 걷는데 마음은 쉰 것 같지만 몸은 하나도 안 쉰 것 같다.

그래서 50분간 천천히 내 몸을 달래가면서 걸었다.


오산을 지나 인적이 드문 한 정류장에서 잠깐 누었다.

정말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다.

발바닥을 하늘로 향해 발가락을 꼼지락 거려본다.

슬프게도 허리가 아파 발을 오랫동안 들 수가 없다.

확실히 앉아서 10분 쉬는 것보다 짧게라도 누워서 발을 하늘로 향하여 쉬는 게 회복이 더 빠른 것 같다.

오산은 수원과는 또 다른 느낌이 있다.

특별히 이번에 지나가는 거리에는 희한하게도 다방이 많았다.

그리고 중국, 베트남 분들이 한데 어우려 저 많이 사는 지역 같았다.

밥때가 되어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순간 만두가게가 눈에 띈다.

전날 수원에서 만두를 먹어보지 못해서 그랬는지 본능적으로 만두에 끌렸다.

그렇게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그래도 또 언제 와보겠냐 하는 마음으로 시그니쳐 만두를 두 개나 시켰다.

오늘 점심값 지출이 꽤 컸다ㅠㅠ

만두는 중국식 만두라고 하는 샤오롱바오와 모둠 성젠바오를 시켰다.

양은 당연히 혼자 먹기에 많았다. 포장해 갈 수 있는 여건이 안되어서 다 내 배속에 넣었다.

한동안 만두는 안 먹을 것 같다.

너무 많이 먹은 것 같다ㅠㅠ

속도가 안 붙는다. 힘이 든다.

그래도 걷다 보니 결국 오산을 지나 평택에 도착하였다.


누울 수가 없으면 꼭 신발을 벗고 잠시라도 발에 열기를 식혀준다.

나는 허리가 안 좋다. 그래서 매번 쉴 때는 허리에 파스를 뿌려준다.

그러면 파스가 허리의 땀과 어우러져 매우 아프다. 아리다.

그래도 그 화끈거림의 시간이 지나면 허리 쪽 저림의 고통이 잠시 사라진다.

그러면 나는 또 걸을 수 있는 몸이 된다.


세상을 살다 보면 참 힘들다.

목사로, 남편으로, 아빠로, 아들로 살아가는 게 쉽지 많은 않다.

그래도 나에게 이러한 힘듦을 잠시 잊게 해주는 쿨 파스 같은 아내와 자녀가 있어서 나는 또 걸을 수 있는 것 같다.

갑자기 아내가 생각이 나서 바로 톡을 보냈다.

“여보는 다 옳고 나는 다 틀리다”

그냥 그렇게 바보 같이 살아가는 것도 꽤 멋있는 인생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잠깐의 쉼이었다.

드디어 송탄역의 숙소에 도착했다.

아직 도심지이기에 생각보다 더 저렴한 숙소가 있을 것 같았지만 오늘은 조금 푹 쉬고 싶어서 금액과 상관없이 평이 좋은 숙소로 정했다.

저 멀리 마리아 모텔이 보인다.

너무 신이 난다.

이제 들어가서 씻고 자면 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내 이름으로 예약이 안되었다는 것이다.

“아니다 나는 오늘 아침에 분명 예약했다”말하고 어플로 들어가서 확인을 했다.

아뿔싸... 내가 내일 날짜인 화요일로 예약을 한 것이다.

그렇다... 항상 급하면 실수하게 되어 있다.

다행히 수수료 없이 취소하고, 딱 하나 남은 방을 결제하고 들어갔다.

그런데 이게 웬걸 욕조가 있는 방이었다.

기분이 정말 좋다.

점심에 먹은 만두가 소화가 안 되어서 오늘은 간단하게 빵을 먹고 얼른 씻고 누우려고 한다.

입욕제도 있어서 정말 호사를 누려본다.

이렇게 오늘의 여정을 마친다.

생각해 보니 오늘도 감사할 것 투성이었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여행을 하는 것도 특혜다.

더더 군다나 이렇게 2~3주간 다녀오라고 강제적으로 푸시해 주는 아내가 있는 것은 쌍특혜다.

이렇게 걷고 있는 아빠를 위해서 그리움의 눈물을 흘리며 응원해 주는 자녀들 있는 것은 말로 할 수 없는 감격이다.


인생 별것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루하루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웃고 울어주는 것 그거면 족하지 않나?

다른 것들이 나의 감사와 감격을 빼앗기 위해 침투하는 것을 잘 막는 것이 인생의 과제인 것 같다.

별것 없는 인생 오늘도 하루 잘 걷고 잘 누렸다.


오늘의 결산(누적 56.8km)

이동 경로: 경기도 수원시 수원역(아이비 모텔) - 경기도 평택시 송탄역(마리아 모텔)

총 거리: 26km

총 비용:69,750원

1)간식:4,900원(커피 2잔)

2)점심:15,000원(초언니만두점)

3)저녁:6,850원(빵)

4)숙소:43,000원(마리아모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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