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모험가의 국토 대장정 세 번째 이야기(송탄-천안)

목적 없는 응원과 지지의 힘

by 서툰 모험가

오늘의 일정은 송탄역을 떠나서 천안 두정역으로 간다.

이상하게 전날 다음 일정을 생각하면 “뭐를 먹지?”라는 생각으로 가득 찬다.

그래서 걷는 내내 점심은 뭐 먹지? 숙소에 가까워지면 저녁 뭐 먹지? 하는 생각으로 하루를 걷는다.

그런데 막상 숙소에 도착할 때 즘 되면 힘이 들어서 밥 생각이 안 나게 된다.


전날 저녁에 빨래한답시고 첫째 날 둘째 날 옷, 속옷, 두꺼운 발가락 양말, 마스크, 헤어밴드, 햇빛 가리개, 팔토시 등 을 빨았다.

빠는 순간 아차 싶었다. 양이 너무 많고 이게 마를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결국 안 마를 것 같아 근처 세탁방을 갔다.

난생처음 세탁방을 가봤는데 건조기 이용금액이 5,000원이다.

꽤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음날 뽀송뽀송한 옷을 생각하면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거기다가 500원의 사치를 더해 종이 섬유 유연제도 구입해서 건조했다.

이날 얻은 교훈은 빨래는 밀리지 않고 바로 하자!!

그리고 마스크 팔토시 마스크 헤어밴드 등은 최대한 안 빨고 통풍만 시키는 게 덜 피곤한다.

이상하게도 아침에 알람을 06:00에 해 놔도 눈은 05:00시 즈음에 떠진다.

침대에서 꼼지락 대다가 05:20분에 침대를 박차고 씻으러 나갔다.

아침에 제일 많이 걸리는 시간은 발가락 테이핑 시간이다.

그래도 하루 온종일 버텨줘야 하기 때문에 디테일하게 테이핑을 한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물집이 잡히지 않았다.

테이핑 후에 전날 사온 두유와 단백질바로 에너지를 공급해 본다.

부지런히 준비하니 06:50분 즈음에 출발할 수 있었다.

나는 아침 일찍 시작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내일은 조금 더 부지런을 떨어 06:00 즈음 출발해 보고자 다짐을 해본다.


오늘은 갈 길이 멀다 부지런히 걸어야겠다. 걷다 보니 평택에도 코스트코가 생기는 것 같다.

코스트코가 보이는 즈음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파란색 옷을 입은 아저씨가

“어디까지 가냐고?”묻는다

나는 마치 준비된 사람처럼 신나서 대답한다.

(나에게 관심 가져주신 아저씨의 응원이 엄청 힘이 났기 때문인 것 같다.)

오늘 아저씨의 응원은 목적이 없었다.

내가 가끔 아내에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나에게 있어 누군가의 슬픈 일을 공감해 주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그런데 누군가의 기쁜 일을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나는 속이 좁은 것 같다.

남의 아픔은 그래도 공감을 하지만, 남이 잘되는 일을 기뻐해주는 것은 정말 어렵다.(물론 기뻐하는 탈을 잘 쓴다.)

오늘 아저씨의 응원을 받은 내가 힘이 나서 걸을 수 있었던 것처럼 나도 내 처지와 상관없이 남의 기쁜 일도 기뻐해주고 응원해주고 싶다.

대략 두 시간 정도 쉬지 않고 걸으니 커피 생각이 간절했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편의점이나 카페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힘 없이 터벅터벅 걷는데 무인 카페가 보인다.

무인카페가 어디냐 하며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게 웬걸 아무도 없는 프라이빗한 나만의 장소였다.

내가 가봤던 무인 카페 중 가장 관리가 잘되어 있고 깨끗한 카페였다.

거기에 손님을 위해서 미니 약과랑 미니 초코바까지 놓여 있었다.

정말 눈물 나게 감사했다. 감사한 마음에 300원 정도 더 비싼 고급 스타벅스 원두커피를 구매했다.

커피를 다 마시고 나가면서 cctv를 보고 한 손에 약과 하나 초코바 하나를 들고 감사의 인사를 꾸뻑했다.

사소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방랑객에게는 정말 귀한 사랑이었다.

걷는 중간에 도심지에 이렇게 닭을 키우는 것도 보게 된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볼 수 없는 경험이라서 한 컷 남겨본다.

이제 평택역이 보인다.

날이 쨍하니 정말 좋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생각도 많이 들지만 걷다 보면 언제 50분의 알람이 울리나 하는 생각만 하고 걷는다.

그래도 걷고 또 걷다 보니 천안으로 입성하게 되었다.

새로운 도시로 발을 들일 때는 성취감 때문인지 큰 기쁨과 설렘이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천안이 이렇게 넓은지는 몰랐다ㅠㅠ)

이제 슬슬 40분 이상 앉아서 쉴 시간이 오고 있다.

실은 점심 즈음에 배가 고파서 밥 집을 찾는 게 아니라 40분 이상 앉아서 쉬어야 하기 때문에 밥집을 찾는다.

나는 면보다 밥을 더 좋아한다.

그런데 지금 내 형편에 면, 밥을 가릴 상황이 아니다.

발가락이 아프다 발바닥이 괴롭다 아우성 된다.

그래도 다행히 눈앞에 국숫집이 보인다.

나는 그냥 들어갔다. 앉고 나니 살 것 같았다.

이제 찬찬히 메뉴를 살펴보니 날도 덥고 해서 비빔 국수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가게 이름이 멸치국숫집이다. 내가 언제 여기를 또 와보겠는가?? 하는 마음으로 이 집의 시그니처 “멸치 국수”를 시켰다.

이 집은 김치 맛집이다. 김치가 참 맛있었다.

나는 설렁탕, 순댓국을 먹을 때 김치가 맛있으면 맛집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라면 이 집도 내게는 꽤 괜찮은 맛집이었다.

다 먹고 나가기 전에 아주머니가 국토대장정 하냐고 물으신다.

또 기뻐서 “네”하고 대답했다. 이런저런 스몰토크를 하고 아주머니가 얼음을 챙겨주셨다.

간판에 “국수 한 그릇에 마음을 담다”라고 쓰여있었는데 국수뿐만 아니라 아주머니의 관심에 그 마음을 알겠더라.

이런 응원들이 나로 하여 완주를 독려하는 것 같다.

지나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아이스 아메리카노랑 초코바를 구입하며 한숨을 돌렸다.

이제 조금만 더 걸으면 된다. 가는 길에 공주 대학교도 천안 캠퍼스 보인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몇몇 친구들이 보이는데 너무 풋풋해 보여 웃음이 절로 났다.(나도 나이 들었나 보다)

드디어 숙소 근처인 두정역이 나왔다.

그런데 내가 누구인가? 이 지역에 왔으면 특산물로 기분 한 번 내줘야 하는 거 아닌가?

빠르게 서칭을 해서 근처 호두과자 집을 찾아갔다.

이때는 너무 힘들어서 정신력으로 발을 질질 끌고 갔다.

호두과자 한 상자 사들고 숙소로 들어왔다.

결론적으로 급하게 찾은 오늘 저녁 호두과자는 맛이나 응대나 전부 꽝이었다.

나는 항상 급하게 하면 실수를 하거나 잘못된 선택을 하곤 한다.

뭐든지 천천히 해도 결코 늦지 않음을 이번 여정을 통해 배우게 된다.

오늘은 유난히 힘들었다.

숙소도 딱 돈값만 했다.

이번 여정에 숙소를 최대한 중간 이상으로 잡으려고 했는데 막상 결제하려는 순간에는 나도 모르게 최저가를 찾게 된다.

숙소에서 한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호두과자 몇 알 먹고 누웠다.

이제 3일 차인데 슬슬 피로감과 외로움이 몰려오는 것 같다.

그래도 내일 눈을 뜨면 또 내일 하루만 걷자 하고 눈을 감아본다.

오늘 하루도 잘 버텼다.

이 정도면 괜찮은 하루였다.


오늘의 결산(누적 91.8km)

이동경로: 경기도 평택시 송탄역(마리아 모텔) - 충남 천안시 두정역(천안 스카이 모텔)

이동거리: 약 35km

총비용:58,700원

1) 간식:7,000원(무인카페, 세븐일레븐)

2) 점심:10,000원(국수기행성환점)

3) 저녁:9,700원(태극당 호두과자 5,000원/주전부리)

4) 숙소:32,000원(천안 스카이 모텔)

서툰 모험가의 국토대장정 세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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