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의 미학

바람의가치

by RUTH

목련이 살며시 존재를 드러내는 어느 날,

부는 바람이 겨울인지 봄인지 알 수 없게끔 만드는 어느 날,

나는 바람처럼 흔들리는 나를 보았습니다.


언젠가 제주도에 휴가를 갔을 때입니다.

유명한 갤러리를 방문했었습니다.

신기한 것은 그 갤러리의 주제는 바람 이었고,

그곳에는 정지되어 있는 사진은 없었습니다.

작가는 흔들리는 모든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일반인에게 흔들린 사진은 모두 삭제버튼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그분에게 흔들리는 모든 것은 작품이었습니다. 흔들림이 작품이 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내 인생에서도 흔들림은 작품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지금은 작품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날마다 어디로 가야할 지 알지 못하여 왔다갔다 이리저리 헤메이는 우리의 삶은 그저 과정일 뿐입니다. 과정에서 벗어나고 싶어 날마다 몸부림칠 때마다 우리는 대자연의 광활함 앞에서 마주하는 인간의 연약함을 보는 것처럼 한계 앞에서 주저앉고 맙니다.


꼭 선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바람처럼 흔들리고 있다면 당신은 잘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벗어나고자 애쓰다가 할 수 없어서 풀이 죽어 있다면 당신은 최고의 인생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남들은 보지 못하는 흔들림의 가치를 알고 나의 과정을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 조금더 행복한 삶을 살 수있습니다.


바람이 부는 날에는

참 많은 것들이 바람에 흔들립니다.

흔들리면서 중심을 잡아가기도 하고

흔들리면서 나에게 있는 깊은 곳의 절망을 보기도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말해야 합니다.

너의 과정을 사랑한다고.


너의 흔들림이 충분히 가치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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