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소망이 실현되는 순간
어제도, 오늘도, 대표님은 점심 약속이 있었다. 입사한 지 2년 가까이 되다 보니 달력만 봐도 어느 정도의 자유를 누릴 수 있을지가 훤히 보인다.
빡빡한 도쿄 일정과 과포화된 과제로 몸도 마음도 휴식이 필요했던지 11시까지 늦잠을 자버렸다. 늦게 일어나서 출근하고, 혼자 밥 먹고, 혼자 카페에 갔다. 혼자 있는 게 너무 좋다. 누군가와 같이 있을 때 신경을 쓰고 말을 하고 말을 들었던 그 모든 순간이 다 너무 피로했다는 것을 느낀다.
카페에 앉아 있는 게 너무 좋다. 평일 점심, 카페에 앉아 있을 수 있다는 건 굉장히 축복받은 일이다. 그런데 축복이라는 걸 느끼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항상 누릴 수 있으면 안 된다. 어쩌다 한 번, 내가 정말 간절히 원할 때, 그럴 때 가질 수 있으면 된다. 간사한 마음은 계속된 축복은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게 만들기에 사람이 행복감을 느끼는 걸 허용하지 않는다. 익숙하다는 건 그런 거다. 짜릿한 자극은 느낄 수 없는 편안함. 무(無)의 경지.
어쩌면 내가 바라는 건 방만한 자유가 아니라 내가 정말 간절히 원하는 순간 허락되는 자유였던 것 같다. 내가 원하는 순간, 원하는 만큼의 자유를 허락받지 못할 때 불행을 느끼니까.
하지만 그건 슬픈 순간이 아닌 기쁜 순간이다. 행복을 느낄 준비가 되었다는 뜻일 테니까. 주어진 강제된 일상에서 잠깐이라도 벗어날 시간을 준다면, 마치 산 정상에 올랐을 때 느낄 수 있는 그런 시원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감각적인 환기는, 순간적으로 찾아온 해방감은 한 번 느끼면 결코 잊지 못한다. 혹시 모르지. 그 순간을 또 느끼기 위해서 나 자신을 괜히 더 채찍질하고 있는 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