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시간은 두 배로 빨리 간다
사회 초년생 시절의 일이다.
화장실에서 만난 옆 팀의 여자 팀장님에게 웃으며 인사를 했더니
“요즘 재밌지? 나중에 아이 낳고 회사 다녀봐라.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딨냐고 따지고 싶을 걸”
이라고 하신 말씀이 8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나는 그저 식사 맛있게 하셨냐는 인사를 건넸을 뿐인데, 갑자기 돌아온 푸념 섞인 이야기에 속으로 ‘뭐야~’ 했지만 아이를 낳고 복직을 해보니 왜 내게 그런 말을 했는지 100% 이해하게 되었다.
아마 그 팀장님, 그 날따라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거나, 회사 일로 가족과 트러블이 생겼거나 했을 것이다.
이유를 듣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아냐고? 복직 후 내게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주변 후배들에게 똑같은 말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읽고 싶은 책도 많고, 일도 누구보다 잘하고 싶은 내 마음은 예전과 그대로인데 ‘엄마’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니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었다.
일단 회사에서 정시에 퇴근하려면 업무시간에 밀도 있게 몰입해야 했다.
허튼 일에 시간을 낭비했다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시간 내 해내기 위해 노력했다.
아침에 엄마 회사 가지 말라고 아이가 울기라도 하는 날이면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내가 어떻게 회사에 왔는데, 우는 아이를 떼어 놓고 일을 하기 위해 나왔으니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서 일하고 돌아가자는 생각으로 일하고, 퇴근 시간이면 지하철 환승통로를 걷는 시간도 아까워 뛰다시피 걸었다.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지를 항상 고민했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면서 무언가 물건을 구입하는 것을 제한해왔지만 적절한 용도의 가전은 시간을 절약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대표적으로 세탁 건조기와 식기 세척기가 그렇다.
세탁 건조기는 빨래를 널고 건조하는 과정을 생략해주었고 식기 세척기 또한 서서 설거지하는 시간을 없애주니 그 시간에 아이와 시간을 보내거나 내가 읽고 싶은 책을 한 장 더 읽을 수 있었다.
네트워킹을 위해 많이들 하는 SNS도 잘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기록을 위해 사용하는 블로그를 제외하고는 일상적인 접속을 잘하지 않는데 예쁘고 멋진 모습이 가득한 SNS를 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기 때문이다. 시간은 훌쩍 흘러있고 괜한 부러움만 남는 경험을 몇 번 하고 난 뒤에는 의식적으로 SNS를 멀리하고 있다.
시간을 잘 쪼개 쓰기 위해 무엇보다 제일 효과가 좋았던 방법은 바로 ‘메모하기’였다.
수첩에 그 날 해야 할 일을 적고 꼭 해야 하는 일과 미뤄도 되는 일을 구분해 우선순위를 정해놓으면 중요한 일을 놓쳐서 낭패를 보는 일을 막을 수 있었다. 스마트폰 메모 어플에는 알림 기능도 쓸 수 있어서 구글 keep이나 evernote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수첩에 손으로 적으면 어쩐지 더 잘 기억나는 것 같아서 아직까지 다이어리에 적는 아날로그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일도 해야 하고 아이도 잘 키워야 하는데 집안 대소사까지 챙기려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게 시간이 간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훌쩍 큰 아이의 발이 보이고 잔주름이 늘어난 남편과 내 얼굴이 보인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에게 주어졌다지만 워킹맘의 시계는 더 빨리 가는 것만 같다.
하이힐을 벗어던진 채 달리며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오늘 날을 언젠가는 잘 살았다고, 열심히 살았다고 회상하는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