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사람과 사람 사이

아날로그 소통이 관계를 깊게 한다

by 니나


심플한 삶을 지향한다고 해서 사람과의 관계까지 심플하게 가져가고 싶지는 않다.

나는 사람들을 만나서 어울리고,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만남을 통해 그 사람을 알아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회사 생활을 즐기는 편이다. (회사에서 뜻 맞는 사람들과의 회식을 좋아해서 남편은 내게 회식 마니아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지금보다 어릴 때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혹여 오해가 생길까 전전긍긍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년간의 회사생활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겪으며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도 배웠고, 한 순간의 일로 그 사람을 함부로 평가하거나 내 기준에 맞추지 않게 되었다.


3년 전 개인 블로그에 기록해두었던 에피소드이다.


2015년부터 업무 카운터 파트너 중 한 명인 모 차장님과 업무를 할 때면 늘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는 기본적으로 메일 소통의 매너는 '소속을 포함한 인사 - 용건 - 감사 인사(특히나 협조 요청 메일이라면)'라고 생각하는데 아니, 일면식도 없는 이 차장님 날 언제 봤다고 메일 본문은 항상 ‘ㅇㅇㅇ입니다. 아래 건 확인 부탁’ 이게 끝이니 내 기준에서는 업무 매너가 낙제점이었다. 당연히 그분에게서 업무 연락이 올 때면 응대하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는 본인 부서에서 해야 할 일을 그대로 FW 하며 처리해달라는, 정말 비매너의 끝을 달리는 메일이 와서 참조로 그 메일을 본 팀원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던 일도 있었다. (나도 화가 나서 다시 연락이 올 때까지 회신을 하지 않았다) 그 분과 면대면이 아닌 메일과 전화로만 업무를 진행했기 때문에 서로의 뉘앙스가 달리 전달되었던 탓도 있겠으나 아무튼 계속 일을 같이 하는 것은 굉장히 스트레스받는 일이었다.


오늘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자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진 나는 급기야 쫓아 올라갔다.

내가 보낸 업무 메일에 다른 업무를 들먹이며 대응 방안을 내놓으라 하시기에 전화로 이야기하다가 안 되겠다 싶어 “차장님, 제가 그쪽 상면으로 갈게요!” 하며 그 부서로 찾아갔다. (당시 내 사무실은 7층, 그분 사무실은 16층. 우리는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다)

올라가서 직접 얼굴 보고 인사하고 한 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내가 생각했던 그런 안하무인의 꽉 막힌 사람은 아니었고 미처 생각지 못했던 현업 프로세스를 알려주시며 지금 내가 만든 보고서대로 시행하면 고객 민원이 발생할 수 있으니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면서 풍부한 업무 경험 사례를 바탕으로 많은 말씀을 해주셨다.


그리고 깨달은 바, 메일 매너야 아무래도 연차가 오래된 선배님들의 경우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것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닌데 내가 세운 기준에 맞지 않았다는 이유로 나보다 훨씬 연배가 높으신 분을 함부로 폄하해서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에 깊은 반성을 했다. 그 차장님이 지적하신 내용들을 꼼꼼히 검토해보니 전부 일리가 있었다. 이렇게 또 사회생활을 하며 배운다. 사람과의 관계는 만들기 나름이지만, 제일 어려운 것이 사람과의 관계다. (2016년 7월의 기록에서)


세상 사람들 모두가 다 나와 맞을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니 사람을 대하는 일도 훨씬 편해졌다.

나와 성향이 맞지 않으면 그것대로 존중하면서 적당히 선을 유지하면 되는 것이고, 정말 잘 맞는 사람이 있다면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고 감사히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되는 것이다.

경험 상 상대방의 진면목을 잘 알 수 있는 것은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해봐야 하는 것 같다.

모 카드회사의 대표이사는 문자나 이메일에 비해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비효율적인 소통 방법이라고 했지만 업무도 결국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하는 것이므로 아날로그 적인 만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어쩌면 자존감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릴 때는 내가 어울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면서 열등감에 시달리곤 했는데, 지금은 나 그대로의 삶에 만족하니 누군가를 부러워하거나 동경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내 상황에 특별히 불만을 갖지 않는다.

그저 내 스타일대로 내가 만족하는 삶을 살면 되는 것이다.

이것도 심플한 삶을 지향하면서 얻어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