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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팥쮜 Aug 28. 2023

에이트 전원을 종료합니다

OFF

켄은 정확히 아침 7시에 눈을 떴다.

더 이상 인간의 삶에는 핸드폰으로 5분 간격으로 맞춰져 있던 알람설정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생체리듬을 간단하게 자동화 시스템으로 일괄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신체에 삽입하여 작동하게 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었다. 특권층의 AI 인공지능 사용은 더 다양해지고 용이해졌다. 켄의 뇌가 아침 각성이 채 시작되기도 전에 신체는 프로그래밍에 맞춰 분주하게 아침일과를 시작했다.

아침샤워, 개인 건강에 맞춘 영양제식사, 출근준비까지 이 모든 것은 AI 인공지능 자동화시스템 "에이트"로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이는 시간을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한 그들만의 리그이다.

켄의 오전 일과는 얼마 전 마지막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퇴직하는 자신을 대신해 일해줄 다음 팀에게인수인계를 해주는 것이다.

출근준비를 마친 켄은 업무를 시작하기 위해 자신의 집 내부에 위치한 서재로 가 책상 위에 오른손 손바닥을 부드럽게 올려놓았다. 그러자 눈앞에는 대형 스크린이 허공으로 나타났고 몇 분후 화면이 작은 타일 스크린으로 쪼개지며 팀원들의 얼굴들이 각각 떠올랐다. 켄은 업무를 시작했다.

어느덧 켄의 직장생활은 100년을 채웠다.

대부분 인간의 삶의 영역에는 AI 인공지능이 90%를 차지하고 있어 업무의 피로도 지수는 높지 않지만 켄의 직업군은 AI 인공지능을 지휘하기 때문에 보통 130살이 넘어가면서 늦은 은퇴를 시작한다.

켄은 이번 자신의 131번째 생일을 기념하며 은퇴를 결심했고 그동안의 삶의 무료함과 인공지능의 피로함, 또 다른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까지 이 모든 것을 채우기 위해 귀촌여행을 계획했다.

AI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간의 삶은 여유롭고 풍요로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즐기지 못하는 몇몇의 사람들은 타락의 길과 지옥으로 빠져들어가며 생명을 잃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켄은 삶의 무력감이 찾아올 때마다 일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제 은퇴의 나이가 찾아왔고 다른 삶을 계획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켄은 땅 위를 맨발로 밟고 뛰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그때의 내가 그리워."

켄의 가족들과 주위의 친구들은 그의 귀촌여행을 만류했다. 안전하고 편리한 VR 가상 여행과 인공 시골빌리지를 두고 가장 불편하고 위험한 실존하는 시골로 여행을 간다고 하니 붙잡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켄은 4시간의 짧은 업무를 마치고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후 다시 스크린 앞에 앉았다. 작은 바둑알 모양의 스피커를 귀에 꽂고 한번 터치하여 VR을 작동시켰다. 그리고는 모니터 화면을 몇 번 더 터치하자 시야에는 널따란 들판이 보이는 시골 풍경이 들어왔다. 귀촌 여행을 결심하고 매일 해보는 시뮬레이션이지만 질리지 않았다.

시골풍경에 빠져있던 것도 잠시 현실을 직시한 켄은 위험부담이 높은 귀촌여행 시 만일의 대비를 위해 사망 관련 보장 보험가입을 하기로 했다. 여행사에서 보험사를 추천받아 가입 후 금액을 납부까지 마친 그는 여행사 AI직원의 마지막 말을 듣고 그제야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에이트의 전원은 출발하시기 전날 밤, 꼭 꺼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여행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