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찰나의 순간 동안, 모든 것들을 다 삼켜버릴 것만 같았던 뜨거운 감정을 공유했던 상대를. 이토록 암흑 같은 나락에 철저히 버려둔 지독히도 이기적인 사람.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그 깊은 나락 안에서, 저 멀고 높은 곳 위로 아른거리는 빛의 근원 속 어느 지점을 향해 끊임없이 무어라고 외쳐보지만- 내뱉은 음성은 외롭고 무거운 몸뚱이의 메아리가 되어 내려와 나를 더 깊은 곳으로 짓눌러버릴 뿐.
그토록 잔인한 사람이었던가 너는. 고작 그런 너의 꿈들로 나는 지난 밤들을 설쳤던가. 이 작은 실망감 조차 무엇을 향한 것인지 알 수가 없는,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많이 아팠던 날의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