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설 보다는 시집 혹은 수필
존재하지 않는 세계의 이야기를 읽으며 울고 웃는 것이 즐거운 때가 있었다. 그치만 어느 때인가부터 단어 하나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지, 혹은 똑같은 소재에 대해 다른 이들은 어떤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는지,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을 벗어난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다른 이들은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를 들여다 보는 것이 더 재미있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장미보다는 들꽃
너무 화려했기 때문에 시든 후 버려지는 그 순간이 괜시리 허무한 장미꽃보다는, 시들고 나서도 은은했던 아름다움이 그대로 남아 있는 들꽃이 좋다. 그런 이유로 나의 오른쪽 귀 아래에 작은 들꽃 한 송이를 새겨두었다.
울적할 땐 더 우울한 음악
울적할 때 밝은 노랠 들으며 기운을 내보려는 것 만큼 단순하고 바보 같은 생각이 없다. 그건 도피일 뿐. 오히려 궁극의 우울함 속으로 깊-숙히 침잠하여 새벽 내내 한바탕 울어주고 나면 다음 날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혼자하는 여행
친구들 혹은 가족들과 함께 하는 여행도 분명 의미가 있고 나름의 재미가 있겠지만, 나는 혼자 하는 여행이 참 좋다. 짜여진 일정에 유명한 관광지들을 둘러보며 기념 사진을 남기기에 급급한 여행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골목과 강가를 거닐며, 숙소 근처 펍에 가 바텐더와 시시콜콜한 이야기 주고 받으며 맥주 한 잔 즐기는, 그 순간이 늘 이어져 온 일상이었던 듯 여유롭게 즐기는 여행이 좋다. 그렇게 여행을 다니다 보면 이따금씩 진짜 관광객들이 내가 현지 사람인 줄 알고 길을 묻는 일이 종종 있는데, 그럴 때면 정말 성공한 여행인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