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무언가에 대한 phobia가 하나씩은 있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거대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든, 차마 누군가에게 털어놓기 어려운, 나 스스로도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사소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든. 억압된 자아가 폭발 처럼 분출되려는 순간 순간 마다 무던히도 애를 쓰는 '베리'라는 인물은 사실 우리 모두를 응축시켜 놓은 인물인지도 모르겠다. EXIT 표지가 주욱 늘어서 있는 복도 맨 끝에 그가 다다랐을 때에 그가 어딘가로 들어가려고 하는 것인지, 나가려고 하는 것인지, 혹은 양쪽 모두에 해당하는지 불분명하도록 처리해 놓은 장면에서 내가 느낀 이 영화의 주된 메세지가 너무도 확 와닿아 소름이 돋았다. 나에겐 푸딩과 풍금보다도 더욱 강렬했던 오브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