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는 깊고 깊은 겨울숲 한가운데에 점 처럼 혼자 덩그러니 남았다.
텅- 비어버려서 발끝을 살짝 들면 그대로 떠오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다가 앙칼진 겨울 나뭇가지에 찔려 펑! 터져버리고 말겠지.
터져버린 껍데기 속엔 메아리만 가득 차 있다.
아무리 크게 외쳐내도 갈 길을 잃어 안으로만 파고드는 가엾은 메아리들.
메아리 조각들이 안을 맴돌고 맴돌다가 저들끼리 부딪치며 깨져가고,
깨진 조각들이 내 안을 자꾸만 긁어대어 속이 아리다.
겨우 땅에 발을 디딜 수 있도록 나를 붙잡아 주던 얇디 얇은 줄이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처럼 조금씩 더 희미해져 간다.
서운한 마음은 들여다 볼 여유 조차 없을 정도로, 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