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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예슬 Jun 07. 2017

조증




난 감정 기복이 매우 심하며, 아주 사소한 일 하나에도 천장과 바닥을 1초 만에 오르고 내릴 만큼 단순한 사람이기도 한데. 요즘은 스스로가 어색할 만큼 늘 신이 나 있다. 조증이 온 것 마냥 항상 신이 나 있다 보니 조금 더 허술해지고 조금 더 가벼워진 지금 이 상태가 어찌 보면 단순히 조증이 왔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정말로 허술하고 가벼워진 지금 내 삶 자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덜컥 들었다. 


삶을 가장 묵직하게 지탱해 주는 것들 - 예를 들어 일이라던지 사랑이라던지 - 그런 것들에 있어 그 어느 때 보다 위태로운 시간을 보내는 지금, 그저 순간 순간을 즐길 뿐 그러한 순간들로 부터 잠시 거리를 두고 혼자 남아 있을 때면, 주위에 아무도 아무것도 없이 그저 내 깊은 속을 혼자 마주하게 될 때면 그 어느 때보다 공허해져 버리는 것이다. 마치 내 키를 조금 넘는 깊이의 수영장에 떠서 물을 가르고 첨벙거리는 순간이 너무 즐겁지만,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 상황이 문득 문득 나를 불안하고 두렵게 만드는, 그런 느낌.


'결국 다 잘 될 것'이라는, 내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 하나는 자신 있었는데, 최근 거듭된 실패들이 그러한 나의 자만에 가까웠던 배짱 마저 갉아 먹어버렸다. 바닥에 발이 닿을 날이 언제쯤 올까? 


힐 신고 수영해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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