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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예슬 Jun 07. 2017

이상형



요즘따라 유독 '이상형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막연하게 그리던 이상형은 있었지만 정말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

마침 잠이 오지 않던 지난 밤에 생각을 해보았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나는, 나이가 들수록 더더욱-

'자신의 세계가 확실히 정립되어 있는 사람'에게 끌리는 것 같다.


나 부터가 원체 취향이든 성향이든 무엇에 있어서든 호불호가 확실하고 나만의 색이 굉장히 뚜렷한 편이기도 하지만, 2~30년 전후의 시간을 살아왔으면 적어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정도는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만나다 보면 단순히 내 마음에 들기 위해, 혹은 우리가 모든 것에 있어서 굉장히 잘 통하는 운명임을 어필하기 위해, 혹은 그냥 있어보이고 파서 무언가를 억지로 꾸며내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저는 무슨 영화를 좋아해요', 했을 때 사실 그 영화를 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는 장르이면서 괜히 '저도 그 영화 알아요! 그 영화 참 좋죠' 하는 사람들. 어떤 이유로 그 영화가 좋으며, 어떤 대목이 기억에 남았는지에 대해선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는, 딱 거기까지인 사람들. 내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상대는 결국 그 사람 본인이 아닌 그가 만들어 낸 허상일 뿐이기에 결국 우리의 대화는 겉만 빙빙 돌다가 끝나버리고 만다.


물론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이 완전 똑 떨어진다면 편하기는 하겠지. 정말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우리가 운명인가 싶을 것 같긴 하다. 그치만 우리가 만나기 전까지 살아온 환경, 지나온 시간들이 천차만별인데 그렇게 완벽하게 잘 맞는 사람을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 것이며, 어느정도 맞는 부분이 있다고 해도 결국 모든 부분에 있어서 똑 닮아 있기란 거의 불가능일테니까. 그렇다면 차라리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설령 본인은 싫어한다고 해도 당당하게 나는 그게 싫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에게 훨씬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그걸 왜 싫어하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어지고, 그걸 왜 좋아하는지에 대해 이야기 해주고 싶어질. 그렇게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과정에서 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하며 같은 것을 두고 다른 생각을 나눌 수 있을 사이. 참 재밌고 매력적이지 않을까? 적어도 지루한 만남은 아닐거잖아!


중심 없이 그저 내가 쌓아놓은 세계에 흡수되어 버리는 사람을 만나면 딱 그 만큼의 범주 안에만 머물테지만, 자신의 세계 역시 뚜렷하게 가지고 있어 서로의 세계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각자가 가진 것들을 나누며 접점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는.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두 세계가 만나 결국 더 큰 세계를 가질 수 있을테니까. 그 동안은 내 세계 언저리에 있는, 나와 최대한 닮아 있는 사람을 찾으려 애썼다면 요샌 조금 다르더라도 다른 것들로 채워진 서로의 세계를 궁금해하고, 이해해주며, 또 공유할 수 있을-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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