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누르시겠습니까!?

엄마라는 사회성 버튼

by JK

흩날리는 벚꽃을 잡으려 신난 아이들. 삼삼오오 모여드는 놀이터에서, 오늘도 나는 엄마라는 사회성 버튼을 힘껏 눌러본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초. 학년이 바뀌면서 새로운 교실과 선생님, 친구들에 적응해 나가는 아이들. 이 낯선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것은 비단 아이들뿐만이 아니다. 10년 차 엄마가 된 지금이야 이 버튼을 누르는데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초보 엄마 시절은 내성적인 나에겐 가혹한 시간들이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아이들과 신나는 시간 보내보아요! 자~ 다 같이 일어나서 체조로 시작해 볼까요?" 에너지를 가득 채운 개구리선생님의 인사로 시작되는 트니트니 시간. 일명 문센이라 불리는 문화센터 영유아 수업시간은 엄마들의 사회생활의 첫 시작이 아닐까 싶다. 내가 중심이 아닌, 아이 중심의 사회생활은 참 어렵고 버겁다.

"안녕~? 이름이 뭐예요? 몇 개월이에요?" 누가 암기하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첫인사의 시작은 똑같다. 어떻게든 공감될만한 주제 찾기게 바쁜 우리들. 몇 개월 차이가 나지 않지만, 성장이 눈에 띄게 다른 개월 수라 조금만 빠른 아이가 보이면 부러움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엄마들 대화의 90%는 아이들 관련 질문들이다. 먹는 것, 수면시간, 요즘 좋아하는 놀이, 주말엔 주로 뭘 하고 보내는지 등등. 정신을 차리고 보면, 친목도모를 위한 대화의 장이 아닌 정보교환을 위한 세미나에 온 것 같다.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3개월 단위의 수업이라 어찌어찌 나와 맞는 엄마들을 만나게 되면,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처럼 기쁠 수가 없다. 엄마들도, 아이들도 성향이 모두 비슷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닌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귀하디 귀한 인연은 종종 아쉽게 끝나고 만다. (영원한 끝남은 아니지만, 이사 문제로 몸이 멀어지게 되면, 물리적으로 만나는 횟수가 적어지고, 육아 특성상 바쁜 나날을 보내다 보면 연락이 뜸해진다. 그럼에도 서로를 이해하고, 멀리서 응원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내성적이니깐~ 나는 부끄러움이 많으니깐~ 우리 애랑 안 맞으면 어쩌지~? 생각해 보면 나는 내가 중심인 만남에선 나름 적극적인 사람이었다. 내성적이긴 해도 먼저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선뜻 인사를 건네고, 대화를 만들어 가던 과거의 나. 하지만 지금은 온갖 핑계를 내세워 상대방이 먼저 다가와주기만을 기다린다. 어떻게 보면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한 사이인데, 이기적 이게도 나는 상대방의 용기만 바라왔었다.

매일 놀이터에 출근도장을 찍다 보면, 자주 보이는 친구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연스레 다른 아이들의 성향도 눈에 들어오게 되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성향에 관계없이 대부분 잘 지낸다. 종종 트러블이 생기기도 하지만, 어느새 화해하고 언제 싸웠냐는 듯 다시 놀이를 시작한다. 우리 아이는 저 친구랑은 결이 달라~ 성향이 달라하면서 보이지 않은 벽은 만든 것 다름 아닌 나였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잘 지낸다는 것을, 친구를 사귀고 인생을 함께 공유하며 살아가는 데에는 성향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오히려 중요한 것은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서로를 배려하며 살아갈 줄 아는 지혜라고... 오늘도 난 아이들에게서 많은 것을 깨닫는다.


10년간 열심히 엄마 버튼을 누루고 살았더니 나에게도 소중한 인연이 생겼다. 오늘 만남은 온전히 내가 가진 고민과 걱정들이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이가 아닌 나였지만, 온기 가득한 손으로 나를 감싸준 사람은 내가 엄마 버튼을 켜고 알게 된 지인이었다. 나에게 엄마라는 버튼을 선물해 준 아이들이, 그 선물 속에서 꺼낸 소중한 지인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