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라는 새로운 세계
무슨 일이던 직접 해보지 않으면 잘 모른다. 그중 최상위권은 바로 육아가 아닐까 싶다. 인생이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하지 않았는가!? 육아도 인생과 참 많이 닮았다. 한참 육아로 힘들어하던 내게, 한 지인이 나에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나도 언니처럼 여유롭게 문화센터 다니면서 커피 한잔하고 엄마들이랑 수다하고 싶다." 이 말을 들은 대부분의 엄마는 속으로 이렇게 말할 것이다. 1. 여유롭게 다니는 문화센터는 찾아보기 힘듦. 2. 커피 한잔은 대부분 코로 마실 것임. (그만큼 정신이 없음). 3. 엄마들과의 수다도 결국 육아의 연장선임. 저 말을 한 친구는 올해 아이를 낳고 한창 육아 중이다. 아마 본인은 이런 말을 한 줄 기억도 못할 테지. 저 말은 육아를 해보지 못한 상태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말이다. 겉으로 보기엔 여유롭게 유모차를 끌고, 우아하게 커피 한잔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상상할 테니깐. 하지만 아주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유모차를 끌고 있는 엄마는 질끈 묶은 머리 위로 캡모자 하나를 쓰고, 세상 귀엽게 꾸민 아이와는 정반대로 세상 편한 옷을 입고 등장한다. (나 꾸밀 시간은 없지만, 아이 꾸밀시간은 아주 넉넉했던 초보 엄마) 40분 문센 수업을 듣기 위해 거의 2시간을 준비하는데, (아이 이유식 먹이거나 챙기기, 기저귀, 여분옷, 간식등 짐사기) 그렇게 수업을 마치고 나면 오전 내내 저장해 둔 모든 에너지가 온몸에서 빠져나가고, 집 도착과 동시에 소파와 한 몸이 되어 꿈쩍도 안 하게 된다.
나에겐 두 살 터울 언니가 있다. (두 살 터울 아래로 동생도 있음) 언니와 나는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했고, 나에겐 첫 조카가 생겼다. 막 조카를 낳고 산후조리를 하던 시절, 마침 나도 일을 쉬고 있던 터라 바쁜 엄마대신 언니 산후조리에 함께했다. 오전 8시쯤 언니네로 가서 식사와 간식을 챙겨주고, 설거지 및 빨래를 도와주었다. 언니가 중간중간 잠을 청하면 조카를 봐주었고, 형부가 퇴근하시고 집으로 오면 저녁 7-8시쯤 집으로 돌아갔다. 그때의 기억 때문이었을까,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육아 뭐 생각보다 어렵지 않네 라는 오만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나의 이 오만함은 첫째의 출산과 함께 저 멀리 지구 밖으로 사라졌다. 나는 원래도 잠이 많은데 육아는 잠과의 싸움이었다. 심지어 그때는 모유수유에 대한 집착이 있던 시절이라 어떻게든 모유만 먹이면서 아이를 키우고 싶었는데, 문제는 내 모유양과 아이가 원하는 양의 차이가 컸다. 배가 부르지 않으니 아이는 계속해서 울고 보채며 깊은 잠에 들지 못했고, 그런 아이를 보면서 나의 스트레스도 풍선마냥 부풀기 시작했다. 수면교육을 위해 샀던 육아책속 아이는 결코 내 아이가 아니었고, 남편과 나는 수면교육에 대차게 실패했다. 어찌 보면 조카를 봐준 기억이 있으니 내 아이도 잘 볼 수 있을 거야 생각한 나의 오만함이 나를 더 힘들게 했던 것 같다. 언니가 할 땐 다 쉬워 보였는데, 막상 내가 하려니 하나부터 열까지 쉬운 게 없다. 만만하게 볼게 아니라, 조금의 경험을 했으니 나도 잘할 수 있을 거야 하고 자신감을 가졌다면 육아는 달라졌을까!?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해도, 크게 얻은 깨달음은 있었다. 뭐든 직접 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는 것! 그리고 한 생명을 키워내는데 쉬운 과정은 없다는 것! 육아는 여전히 힘들고, 어려우며 종종 나를 시험에 들게 한다. 하지만 그만큼 가치 있고, 때론 눈물 나게 행복하고, 인생의 희로애락을 경험하게 한다. 덕분에 내 삶은 무지개처럼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