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도 어른과 같다

이유식 전쟁

by JK

"흐흐흑흐흐흑" 설거지하며 몰래 훔치던 눈물. 그리고 숨죽여 울고 있다고, 최대한 참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이는 어느새 내 다리 옆에 와서 엄마 왜 울어요? 하는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세제가 잔뜩 묻은 고무장갑을 낀 채, 나는 아이를 끌어안고 소리 내어 울었다. 이유식 뭐라고, 난 이렇게나 힘들었을까!?


모든 일에 처음은 설렘과 두려움이 적절하게 섞여있지만, 초보엄마에게 있어서만큼은 어려움만 가득했나 보다. 새벽수유가 그랬고, 그 힘듬은 이유식으로 이어졌다. 이유식을 시작할 때만 해도 각종 조리도구와 유기농 재료를 사면서 신이 났었다. 사랑 가득, 정성 가득 담은 음식을 내 아이에게 줄 수 있구나, 세상의 다양한 맛을 너도 이제 하나씩 알아가는구나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래도 초기 이유식은 무난히 지나갔다. 재료도 간단했고, 새로운 음식을 먹을 때의 반응이 참 귀여웠다. 오이는 특유의 향 때문이었는지 얼굴의 모든 근육을 써서 저 이거 싫어요! 표현을 해주었고, 달짝지근한 고구마는 빨리 달라며 손을 뻗었다. 그렇게 이유식의 시작은 즐거움으로만 채워졌다. 중기 이유식도 그럭저럭 잘 먹어주었는데, 문제는 중기에서 후기로 넘어가던 시간이었다. 아이에 관한 대부분의 정보를 책에서 얻었던 나는 한 끼에 최소 80g은 먹여야 한다는 마음에 열심히 숟가락을 움직였다. 뭐가 문제였을까!? 어느 날부터 아이는 숟가락을 피했고, 입을 열지 않았으며, 식탁의자에 앉기도 거부했다. 그렇게 나는 이유식 시간이 다가오지 않기를 바라기 시작했다. 피곤해도 밤새 열심히 만든 이유식이 그대로 남아 버려지는 모습을 몇 번 보니 내 노력을 알아주지 않은 아이를 탓했다. 분명 아이도 불편한 무언가가 있어서 거부를 하는 것일 텐데, 내가 힘들다고, 아이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했다. 몇 날 며칠을 그렇게 보내곤 다시 정신을 차렸다. 이유식 거부의 문제는 바로 입자였다. 후기로 넘어가면서 믹서기 사용을 줄였는데, 갑자기 커진 입자에 목 넘김이 힘들었었나 보다. 다시 믹서기를 꺼내 사용하기 시작했고, 아이는 다시 이유식을 맛있게 먹어주었다. 말 못 하는 아이가 얼마나 답답했을까, 기다려준 아이에게 오히려 고마운 시간이었다.

생각해 보면 어른인 나도 입맛이 없을 땐 적게 먹고, 입맛이 생기면 많이 먹고, 매일매일이 다른데, 어떻게 아이에겐 매끼 80g은 꼭 먹여야 한다고, 개월수에 맞게 초기 중기 후기를 따라가야 한다고 고집을 부린 건지... 이렇게 또 초보 엄마티가 난다. 그래도 다행인 건 아이는 아주 잘 자라주었다는 것, 그리고 첫째 아이 때의 경험으로 둘째 아이의 이유식은 조금 더 여유 있게 지나갔다는 것이다. 아이는 미성숙한 존재지만 그래도 결국 사람인 것을, 어른인 나와 별반 다른 게 없다는 것을 이유식을 통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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