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통해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란

by JK

출산 후 아이와 함께 하는 삶은 엄청난 변화를 겪는다. 아이가 어릴수록 내 중심이 아닌 아이 중심의 삶을 살기 때문이다. 그렇게 매일매일 조금씩 다른 듯 같은 하루를 살다 보면 새롭게 활력이 되는 무언가를 찾게 된다. 쇼핑, 친구와의 만남, 나만의 시간 등등 그 무엇인가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나에게 그 무언가는 여행이었다. 물론 혼자가 아닌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 (첫째 아이 떼는 혼자 여행을 간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음) 새로운 장소에서 조금은 이국적인 장면을 보며 여유 가득한 조식과 룸서비스, 물놀이하는 신랑과 아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나. 선배드에 누워 커피와 함께 책을 읽는 상상.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순간이었다.

(실제로 다녀와보니 상상 속 장면이었다.)



우리의 첫 여행은 사이판. 많은 나라 중에 사이판을 고른 이유는

1. 휴양지 (여러 번 가본 괌은 제외)

2. 비행기 시간은 4시간 이내

3. 렌트가 가능한 곳

이렇게 우선순위를 정하고 찾다 보니 적절한 곳이 사이판이었다. 신랑과 나 모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고른 이유도 있다. 장소를 결정했으니, 여행의 첫 준비인 항공과 숙소 결정하기! 만 24세 아이는 좌석이용을 하지 않을 시 항공료를 따로 부담하지 않아도 돼서 고민 끝에 돌아가면서 안기로 했다. 다만 우리가 이용한 제주항공은 좌석 간 거리가 좁은듯해 조금 넓은 유로 좌석을 구매했다.


돌쟁이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의 시작은... 처음부터 어메이징 했다.

4박 5일간의 짐을 싸려는데, 캐리어하나가 이미 돌핀이(첫째 태명)의 짐으로 가득하다. 기저귀 2팩, 각종옷, 유아용품, 먹거리, 유모차방품, 초겨울쯤 간 거라 얇은 옷가지들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 집을 떠나본 적도 없거니와 해외여행인 만큼 철저히 준비하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짐을 쌌다. 돌아와서 짐을 정리하면서 이건 왜 가져갔지...? 하는 물건은 없었으므로 나름 만족스러운 짐 챙기기였다.


드디어 출국하는 날. 유모차를 끌며 공항 이곳저곳을 누비기 시작. 층고가 높고 쾌적한 공항이 꽤 맘에 들었던 돌핀이다. 다행히 돌피니는 비행기에서 잘 있어 주었다. 총 4시간 조금 넘은 비행에서 2시간을 자고, 남은 시간은 스티커 놀이를 하거나 유아용 과자를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비행기는 무사히 착륙했고, 뭔가 첫 관문을 잘 넘겼다는 안도감에 나도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사이판은 생각보다 더 시골 같은 느낌이 강했다. 누군가 그랬다. 괌은 하와이의 시골버전이고, 사이판은 괌의 시골버전이라고.. 시골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인프라가 없었다. 딱히 쇼핑을 할 마음도 없었지만, 쇼핑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많지 않았고, 맛집이라 일컫는 식당들도 적었다. 우리는 숙소 근처 로컬식당들에서 밥을 먹었고, 사이판 현지인들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은 장소만 바뀌었을 뿐 한국에서 하는 육아와 큰 차이는 없었다. 그럼에도, 그 장소가 바뀌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나와 신랑은 일 년 동안 잊고 살았던 여유를 느꼈다. 발코니 넘어 보이는 푸른빛 바다와 따스한 햇살만드로도 충분했다. 너무 귀여워 직구로 구매했던 상어튜브 위에서 발을 동동 두르며 신나 하는 돌핀 이를 보니 내 입가엔 미소가 절로 번졌다. 내가 상상했던 우아한 수영시간은 아니었지만, 살 부대끼며 까르르 웃으며 함께 튜브에 올라타며 보낸 시간들. 너무 어린 돌핀이의 기억 속에선 사라질 수 있지만, 그날 느꼈던 이 모든 감정은 돌피니에게 잘 전달되었으리라.


누군가는 기억도 하지 못할 어린아이를 데리고 부모욕심에 여행을 가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다. 여행은 꼭 기억하기 위해 가는 게 아닌데 말이다. 그리고 아이의 기억에만 없을 뿐, 나는 그날의 온도, 바람, 그리고 후드득 떨어지던 빗방울소리까지 다 기억한다. 수영 후 꿀잠 자던 아이의 모습도, 그때 입고 잠들었던 귀여운 멜빵바지도!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은 또 다른 세계의 여행을 알려주었다.

여행은 계획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오히려 여유로운 여행하는법을 배웠다.

(첫 여행 이후론 여행 시 큰 틀만 계획할 뿐!)

유모차가 때로는 좋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그럼에도 유모차는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의 질을 높여준다는것!

(낮잠 여부, 짐 싣기 등. 도로 사정이 안 좋거나 계단이 많은 면 더 힘듦)

아이도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는 것.

(아이들의 적응력은 어메이징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라 배려받고 지낼 수 있다는 것 등등.

(당연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많이 들었고, 내가 받았던 배려를 이제는 내가 하고 지내려 노력한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아이들과 꽤 많은 곳을 다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상상보다 훨씬 더 크고, 세상은 즐겁고 신비로운 것들로 가득하며, 그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그 순간들을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오늘도 나는 또 다른 여행을 계획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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