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여름방학

우리 모두 그러했다.

by JK


생각해 보면 "방학"은 참 다양한 감정들을 가지고 있다. 설렘. 즐거움. 지루함. 짜증. 아쉬움 등등. 방학을 맞이하는 대상의 연령과 상황에 따라서 느끼는 감정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긴 방학을 처음 맞이하면서는 조금 어려웠다. 나름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좋고, 힘들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더운 여름 삼시세끼 밥을 차리고, 여러 번의 간식을 챙기고 하니 방학시작 며칠이 지나지 않아 체력이 바닥을 보였다. 종종 박물관이나 전시회, 도서관, 키즈카페를 다니면서 알찬 시간을 보냈지만, 종종 달력에 표시된 개학날만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3학년인 첫째의 세 번째 여름방학은 조금 더 알차게 보냈다. 학원시간은 점심 이후 오후 시간으로 세팅했고, 오전시간은 동네 친구들과 모여 함께 스터디를 진행. 시간과 장소, 매일 공부해야 하는 과목과 페이지 수를 적어주었는데, 아이는 생각보다도 더 잘 해내주었다. (놀다가도 갑자기 책상에 앉아 스스로 공부를 했고, 어느 날은 미리 문제를 풀기도 하는 등 자기주도 학습의 가능성을 보았다.)

3주간의 긴 여름방학을 끝내고 개학하던 날 아침, 싱글벙글 표정인 나를 보며 무슨 좋은 일 있냐며 묻는 아이에게, (쿨한 척) 그냥 기분이 좋다고 답해본다. 체력적, (가끔) 정신적으로도 지쳤던 여름방학. 아이들이 떠난 집에 홀로 앉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 적막함, 고요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고소한 커피를 마셔본다. 그리곤 눈을 감고 생각한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잘 보낸 시간들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또 식사를 챙기느라 바빴지만, 그 음식들을 함께 먹으면서 조금 더 건강해진 나를 만나고, (혼자 있으면 밥을 잘 안 챙겨 먹음) 무엇보다 3주간 매일 함께하며 조금씩 쌓은 우리들의 보이지 않은 유대감에 감사한 마음을 가져본다. 즐거운, 그리고 슬기로운 여름 방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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