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가 나에게 물었다

수조 안의 박수소리, 그 뒤에 가려진 침묵에 대하여

by I am that

화려한 조명 아랫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조련사의 손짓 하나에 거대한 돌고래가 허공을 가르며 날아오른다. 하지만 나는 그 쇼를 보며 웃을 수 없었다. 찰나의 순간, 고래의 눈동자와 마주쳤기 때문이다. 그 깊은 눈에는 관객들이 읽지 못한 서늘한 '침묵'이 담겨 있었다.

​그 침묵은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훈련을 해야만 얻을 수 있는 먹이, 그것은 돌고래에게 생존인 동시에 지독한 구속이었다. 문득 나의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 나 또한 생존(월급)을 위해 전산 숫자와 씨름하며, 때로는 권위적인 시스템 아래 나의 '빛'을 잠시 꺼두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 모두는 각자의 수조 속에서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를 하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돌고래를 사랑해서 조련사가 되었지만, 그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고래를 길들여야만 하는 조련사의 고뇌 또한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그 속에서도 인간과 동물이 만든 깊은 신뢰와 연결, 서로를 의지하는 고요한 믿음이 느껴져서 더 아팠다


우리는 모두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고래를 가둔 것은 인간이지만, 그 시스템 속에 갇힌 조련사 또한 우리가 함께 보듬어야 할 연민의 대상이다. 우리가 서로를 성과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존재의 진동' 그 자체로 느끼는 순간, 우리를 가두고 있던 수조의 벽은 투명하게 사라질 것이다.


​나는 꿈꾼다. 수족관의 돌고래가 바다로 돌아가듯, 우리 모두가 억압에서 벗어나 나다운 존재로 유영하는 세상을. 내가 동물 복지법을 바꾸고 싶고, 영향력을 갖고 싶은 이유는 거창한 명예 때문이 아니다. 갇힌 생명들이 바다를 되찾을 때, 비로소 인간인 우리도 잃어버린 '진짜 자유'가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을 거라 믿기 때문이다.


​그날, 수족관에서 고래의 눈을 보며 나는 그냥 울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고래를 향한 슬픔이자, 동시에 나 자신을 향한 뜨거운 위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