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 일기 - 유방정밀검진
예약되기까지 기다림이 가장 길었던 검사이다. 이미 이틀 전 의사 선생님과 만나 결과를 듣고 항암 스케줄이 나온 후에야 받을 수 있었다.
같은 날 잡힌 엑스레이 검사(영상의학과)는 면소재 원피스에 철사 없는 속옷을 입고 간 덕에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아주 짧게 촬영을 마쳤고, 골밀도 검사(핵의학과) 역시 특별히 가운을 입거나 하지 않고 자리에 1분쯤 누워 있다 끝이 났다. 문득 창문도 없는 방에서 하루 종일 환자들을 눕히고 촬영하는 선생님이 참 힘들어 보였다.
유방암센터는 2층 한쪽에 진료실과 촬영실로 구분되어 크게 자리하고 있다. 나는 촬영만 하면 됐기에 촬영실 앞에 검사지를 제출하고 탈의실에서 가운을 갈아입었다. 거울을 본 순간, 연보랏빛 가운과 마스크 색이 똑같아 마치 깔맞춤을 좋아하는 사람이 된 모습이 우스워 웃음이 났다.
대기실 모니터에는 대기자 명단이 띄워져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한 사람당 촬영시간이 짧지 않아 대기시간이 50~60분 지연되고 있다는 자막이 흘러나왔다. 그 시간도 소중했다. 멍하니 있을 수 있음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내 이름이 불리고 유방촬영술 촬영실에 들어갔다. 유방 촬영술은 방사선을 조사하여 유방암 판단을 하는 데 쓰인다. 납작할수록 방사선 노출이 적어 꾸욱 누르는데, 가슴 한 쪽당 두 번씩, 총 네 번의 사진을 찍는다. 위아래로 반듯하게 한 번, 사선으로 한 번. 차가운 기계 앞에 서서 선생님의 지시대로 팔에 힘을 뺀 채 자세를 잡았다.
“생각보다 아플 수 있는데 놀라지 마세요. 아프다고 뒤로 빼시면 안 돼요. 네, 좋아요. (반대 방향 가슴이 촬영에 방해되지 않게) 여기 이렇게 잡아주시고. 잠시만요.”
환자의 자세를 잡아주고 종종걸음으로 촬영 버튼을 누르러 왔다 갔다 하셨다. 그렇게 네 번이나. 손도 빠르지만 발도 빨랐다. 또 문득, 하루종일 그곳에서 앉지도 못하고 바삐 움직이며 다른 검사들보다 자세 잡아주기가 보통 일이 아닌 촬영술 촬영만 하고 있을 선생님이 몹시 고되 보였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어.
다음은 유방초음파였다. 내가 건넨 인사를 못 들었는지 아무 대꾸가 없으셨고, 검사 중 딱 한마디만 하셨다. “만져져서 알고 오신 거예요?” 네, 라고 대답한 뒤 시선을 머리맡에 있는 모니터로 옮겼다. 사실 봐도 모르는 화면이다. 임신 때도 그랬다. 뭐가 보인다고 해도 마우스 포인터로 콕 짚어 여기가 손이에요, 발이에요, 해주지 않으면 뭐가 뭔지 보이지 않았다.
작은 베개를 어깨 뒤에 두고 만세를 한 채로 촬영했다. 이미 결과가 나와있는 상태여서 그런지, 환부를 중심으로 촬영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상이 없다고 나온 오른쪽은 정말 짧게 쓰윽 지나갔다. 유독 까만 부분. 저게 왜 자리를 잡아서는. 끄응.
탈의실에서 정리를 하고 나와 터덜터덜 야외 주차장으로 갔다. 요즘 나는 예전과 달리 더위를 덜 타고 있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대낮 온도는 덥거나 뜨겁게 느껴지기보다 따뜻하게 느껴졌다. 출산 후 체질이 바뀐 건가 싶었는데 암 진단을 받고 나서는 그냥 내가 아파서 그런가 보다 싶다.
두 검사 모두 아프지 않았지만, 전날 장거리 운전을 해서인지 엄청난 피로가 밀려왔다. 암환자에게 피로는 어느 한계점을 지나면 훅 떨어지는 위험한 존재이다. 멀쩡해 보여도 조심해야겠다.
23.08.03. 목요일.
피곤은 낮잠으로 풀었다. 검사가 끝났으니, 치료만 받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