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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킁개 Feb 07. 2023

이게 꽃이라는 뭐 그런 건가?

이거도 먹는 건가?

퇴근을 하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하늘을 보려고 고개를 들었는데 어느새 벚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추웠던 겨울이 가고 어느새 봄이 왔다. 5월쯤 태어났을 두부는 처음으로 보는 봄이라는 계절일 것이다.


나는 벚꽃이 피었다는 것을 인지하는 날에는 언제나 퇴근 후 시청 뒤편의 벚꽃길을 다녀오곤 했었다. 관공서들이 모여있는 그곳은 퇴근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하고 한적한 장소로 변해서 산책하기 좋은 장소다. 하지만 그날은 그곳에 가지 않았다.


두부에게 벚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함께 봄이 왔음을 느끼고 싶었다.


기다리던 버스를 타지 않고 곧장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택시에서 내려 집 앞에 가로수에서 떨어진 벚꽃가지 하나를 들고 집으로 향했다. 두부에게 빨리 꽃이라도 먼저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침대에 두부와 함께 엎드려 두부에게 벚꽃을 내밀었다.

“킁킁” 두부는 처음 보는 꽃이 신기했는지 킁킁거리면서 냄새를 맡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꽃을 먹어버렸다. 세 송이 정도 달려있었는데 한 송이를 덥석 먹어버렸다. 아마 달콤한 향기가 맛있게 느껴져서일까? 예상치 못한 행동에 당황했지만 이내 웃음이 나왔다.


귀여운 자식. 한입 베어 먹고선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데 웃음이 안 나오는 게 이상했다. 얼른 두부 옷을 입혀서 산책 준비를 하고 집 앞 작은 벚꽃길로 나왔다. 안아서 나무에 달린 꽃들의 냄새도 맡게 해 줬다. 연신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고 있던 두부였다. 두부가 처음으로 맞이한 봄날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포근하고 예뻤을지 아니면 세상을 감싼 풍성한 풀내음과 꽃내음에 기분이 좋았을지 궁금하다. 이제 따뜻한 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때도 내가 첫 벚꽃을 보는 날 두부와 함께 밤 산책을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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