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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킁개 Jan 27. 2023

두부에게 쓰는 편지

2021년 5월의 어느 날에.


두부야. 안녕.


처음 너를 만나서 안고 내 품에 품었을 때 그 작고 소중했던 너와 보낸 시간이 벌써 3년이나 지났네? 시간 참 빠르다. 그렇지? 나와 다른 시간의 세계에 사는 너는 나보다 몇 배나 빠른 시간 속에서 살고 있다는데 지금 너의 시간은 몇 년이 지났어? 궁금해 아가야.

어디선가 본 글에서 나에게 몇 초가 너에겐 1분이 넘는 시간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걸 봤어. 시간 참 야속하다 그렇지? 너의 시간도 나의 시간과 함께 흘러 조금이라도 더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너와 함께 지내면서 너의 행동들 하나하나 관찰하고 그게 어떤 의미인지 검색하고 공부를 많이 했어. 어때? 네가 표현했던 행동들과 내가 이해한 의미가 잘 맞았던 것 같아? 아마 모든 반려견이 그렇듯 넌 사람들보다 더 참을성이 많고 배려가 깊으니까 조금 아쉬워도 참아주고 조금 불편해도 배려해 주면서 지냈다는 걸 잘 알아.

그래서 비록 너의 대답은 들을 수 없지만 내가 잘하고 있는지 궁금할 때가 많단다. 시간이 흘러서 가까운 미래에 너와 내가 대화할 수 있는 장치가 나온다면 제일 먼저 이 걸 물어볼 거야. 나 그래도 나름 잘하고 있었는지 말이야. 또 가만히 엎드려서 나를 빤히 쳐다볼 땐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물어보고 싶다.

사람의 눈은 나이가 들면 세상에 때가 묻어 탁해진다고들 하는데 너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언제나 변함없이 맑고 깨끗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니 참 좋다 두부야.

가끔 사람들이 그러더라. 나는 반려동물이 없어서 반려인의 마음을 이해 못 할 때가 있다고.. 개는 개고 사람은 사람이라고.. 주변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이해도 된다. 하지만 늘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 같아. 근데 요즘은 친구들이 나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도 하고 너도 많이 예뻐해 줘서 참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함께 식당이나 카페를 가면 먼저 너와 갈 수 있는지를 알아봐 주고 나 혼자 나온 날엔 너의 안부를 먼저 물어봐주고 두부는 어디 갔냐고 물어봐줘서 너무 고마웠어.

두부야 반려견에게 세상은 반려인이라고 하더라.

나는 귀여운 강아지를 만났을 뿐인데 그 강아지는 나라는 세상을 만났다고 생각해 주다니... 보잘것없는 나를 너의 세상으로 받아들이고 생각해 줘서 항상 고마워. 네가 받을 사랑을 나에게도 나눠줘서 고맙고 내가 평생 해보지 못할 경험들을, 가보지 못했을 장소로 나를 데려가 줘서 고마워. 너도 언젠가는 나이가 들어 할아버지 두부가 되겠지만 그때도 지금처럼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나랑 달리기 하면서 40년만 더 같이 살자 두부야. 알겠지?

사랑한다. 두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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